#하회마을 #부용대 #월영교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창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던 시기에 오래전 여행에서 보았던 풍경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미 잊혀졌는데, 그때 본 풍경과 조금 더 자세히 둘러보고 싶었던 마음만큼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결국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다시 그 풍경을 새기고 시험공부로 가득 차버린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안동으로 향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054-853-0109
뭔가에 쫓기듯 바삐 움직였던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굳이 뭘 하려고 하지 말고 여유롭게 있어 보자'는 생각으로 안동에 도착했다. 꽤 오래전이지만 이미 와 본 곳이었기 때문인지 그다지 두근거림은 없었지만, 대신 여유가 생겨 조금 더 가벼운 마음이었다.
안동역(교보생명) 건너편에서 246번 승차
첫차 06:20 ~ 막차 18:20│배차간격 약 1시간
요금 : 어른 5,000
청소년, 군·경 2,500
어린이 1,500
운영시간 : 09:00 ~ 18:00(동절기 17:00)
시내버스를 타고 하회마을에 도착하면 입장권을 끊은 뒤 다시 셔틀버스를 타야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셔틀버스의 간격은 약 10분이고 매표소 옆에서 ATM과 무료 물품보관소를 이용할 수 있으니 무거운 짐은 내려두고 가볍게 마을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전기자전거 대여점 직원들이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걸어오는 여행객들에게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마을이 넓어서 걸어서 둘러보려면 족히 두 시간은 걸리니, 자전거를 빌려 가라고 한다. 날이 더워서 조금 힘들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바퀴보단 다리지' 라는 생각이 들어 걸어서 마을로 들어왔다.
하회마을은 안동과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관광지인 한편,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하회마을의 주민들은 다른 한옥마을, 민속촌들과 다르게 억지로 내부를 현대적으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구조로 음식점, 민박 등을 운영하며 주민보다 많은 수의 여행객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마을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다 보니 문득, '궁'이나 '황후의 품격'처럼 현대판 왕조시대를 묘사한 작품 속 세계가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세계라 하더라도 역시 이 분위기는 하회마을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닐까.
한참을 기웃거리며 걷다가 마을 끝에 다다르면 소나무 숲 너머로 흐르는 강과 그 너머의 절벽이 나타난다.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부용대이다. 예전에는 나룻배를 이용해야 강을 건너서 부용대에 오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강을 건너는 다리가 생겨나 자유롭게 강을 건널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조금 걷다 보니 '부용대 450보'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정말일까 싶어 걸음을 세어 가며 부용대에 올랐는데, 정확히 420걸음만에 부용대 정상에서의 하회마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부용대에서의 풍경도 좋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곳은 부용대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있는 찻집 '겸암정사'이다. 부용대의 방문객들은 하회마을을 통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올라온 그 길을 따라 도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 방향으로 잠시 내려오면 바로 이 '겸암정사'를 만날 수 있다. 4년 전 처음으로 이곳에 왔을 때의 조용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이제는 많이 알려졌을 거란 예상과 달리 여전히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유자차, 미숫가루, 식혜, 커피, 매실차' 이름을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메뉴가 많은 요즘의 카페들에 비해 메뉴는 단출하지만, 하회마을의 소나무 숲과 강물을 바라보며 조용히 차를 마실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겸암정사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탈놀이 공연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어 갈 즈음 마을 입구의 탈놀이 공연장으로 돌아왔다. 예전에는 큰 관심 없이 도중부터 들어와 잠시 보았기 때문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마당 뒤편의 스크린에 나타나는 설명과 함께 처음부터 탈놀이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온다.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역시 이매탈의 호탕한 웃음. 다른 탈들에 비해 대사가 많지 않고 웃음과 술에 취한 듯한 동작만을 보여주는데, 그 웃음소리가 너무 시원해 따라 웃지 않고는 베길 수 없게 만든다. 공연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다.
하회마을 산책을 끝내고 다시 매표소로 돌아오면, 탈 박물관과 상점가를 찾아볼 수 있다. 찜닭이나 간고등어처럼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들은 물론 마을의 방문객이라면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니,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경북 안동시 상아동 569
하회마을 구경이 끝났다면 이번에는 해가 지기 전에 월영교로 가 보자. 월영교는 387m의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교로, 안동의 야경 명소로 유명하다. 다리 한가운데의 월영정에 앉아 노을과 낙동강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여행의 피로는 물론 마음속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월영교에 도착할 때 즈음 하필이면 비가 오기 시작해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 비가 비릿한 냄새, 월영정의 지붕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더욱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Tip│4월에서 11월의 하절기 주말에는 하루에 3번 다리 양옆으로 설치된 분수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분수 시간 : 12:30 / 18:30 / 20:30
노을이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면 월영교와 주변 산책로에 은은한 조명들이 켜지고, 낮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야경이 드러난다. 은은하고 아름답게 다리를 비추는 조명들 덕분에 이곳 월영교는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단, 월영교는 야경이 아름답다는 명성에 비해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가 일찍 끊어지기 때문에 여유롭고 충분하게 야경을 둘러보고 싶다면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