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잠이 들지 않는 새벽 난 또 눈을 떴지. 얽히고설킨 생각들의 Drop shit. 방에서는 "AM 03:00"란 노래가 흘렀고 가사에서 언급되듯 생각들이 interruption 될 수도 있었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지. 커피를 내리는 일이 바리스타의 일이듯 생각을 우려내는 일이 내가 할 일었으니. 드립 커피처럼 글자가 똑 똑 눈앞으로 떨어지는 화면을 보면서 잠 다 깼지. 새벽에 깨어있을 다른 이들을 생각해. 불침번을 서고 있을 군인들, 밤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을 취준생들, 게임이나 취미 활동을 몰래 하고 있을 중학생들. 그들을 생각하면 새벽에 눈 뜨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닫지. 원래 나도 밤을 자주 샜잖니. 우울을 기반으로 한 온갖 감정들 때문에 중학생 때 지겹도록 겪은 불면증. 그때도 "AM 03:00"이 흐르고 있었고 이런 것도 힙합이구나 했지. 현악 연주나 관악 연주나 다 흡수해버리는 힙합처럼 성장해갔지. 아침에 학교 가야 하는 상황과는 무관하게 크는 게 있었지. "맘 같지 않았던 현실 / 빗나간 노력의 결실 / 던진 만큼 건진 건 비참하게도 nothin" 사랑을 쏟을수록 더욱 고통으로 돌아오는 일을 수많이 경험했지. 남남 되어야 어른 되는 줄 알던 몇몇 동창들이 내게 남긴 피터팬 증후군, 시간을 증오하게 만든 그리움, 짜증 나는 경쟁과 경멸 받은 예술, 새로운 환경에서의 폭력과 유년기에 대한 병적인 집착, 성적순, 성격순, 평가되는 기준, 예술과 충돌하는 부모, 나약해서 죽고 싶단 생각, 잃어버린 삶의 의미와 나를 잃어도 별 상관 안 할 거라는 지구. 나 눈을 깜빡였고 신경은 날이 섰지. 보고 겪고 다 했어. 그나마 반격하듯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계속 필요했고 새벽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지. "닫아져 버린 맘 / 깔아져 어린 난 / 더 위축되고 하루하루 많은 고민만" 했지. 이젠 제법 괜찮은 어른이 되었지만 학창 시절에는 너무 힘들었어. 형광등의 빛이 그렇게 차가울 수 없었네. 매일 비를 맞는 듯했지. 가로등 올려다보며 스포트라이트로 바꾸리라 다짐했어. 이왕이면 그 길 함께할, 마음 맞는 벗들을 찾기 시작했지. "미약해도 괜찮아 / 나를 얕보질 않게 / i'm show'em no one can't block me now' 그땐 랩에서 알아들을 수 없었던 외국어들이 내 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켰고 나는 내 나름대로의 가사를 써나갔지. 고통을 아는 자가 책임질 수 있는 문맥이 있으리라. 벗들이여 날 믿어라. 이 악물며 엎드려 있던 중학생 때의 내가 창밖으로 떨어지지 않고 살기로 하며 한 다짐은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것이었으니. "I can't (can't) sleep (sleep)". 전부 필요했던 일이라 여기며 나 여기 있으니. 독립해 홀로서기한 방에서 쓰는 이 구절. 책상이라곤 앉은뱅이 책상 밖에 없는 이 방에서 여전히 새벽에 글을 쓰는 스물 일곱. 엉덩이가 차가워도 나 불편해하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