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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Jun 30. 2022

미경의 이야기

27살 인터뷰 #1

올해 미경은 모든 직장인의 꿈, 방학을 선물 받았다. 해방감과 취업에 대한 부담감을 1+1 처럼 함께 갖게 되는 퇴사가 아니라 한 달 기간이 끝나면 직장으로 복귀하는 말 그대로 '방학'. 그러나 방학 숙제는 없다. 직장 생활 중 방학, 평생 가지고 싶었던 취미 등 미경의 27살은 기대치 않았던 선물로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미경은 "재밌다" 라는 말을 반복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27살 김미경입니다. 간호사를 하고 있고요. 3교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 외 자신을 소개한다면?

- 부끄러움 많은 무던한 사람입니다. 


27살 인터뷰에 응한 이유가 궁금하다. 갑작스럽게 뜬금없이 물어봤는데

- 처음에는 "왜 인터뷰?"라는 생각을 했고 그다음엔 "무엇을 인터뷰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냥 좀 궁금해졌다. 네가 뭔가 한다니까 그러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들고,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 한 달 무급휴가를 끝내고 일한 지 3일 되었다.


1달 동안 무엇을 했나

- 정말 아무 생각 안 하고 놀았다. 좋아하는 것도 하고. 배울 것도 배우고. 엄마도 보고. 딱 그거 세 개.


무엇을 배웠나

- 운동을 했다. 클라이밍을 했지. 대구에 내려가서


좋아하는 거는 여행?

- 무급을 딱 들어가는 날에 생전 처음으로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갔다 왔다. 그 이후에 클라이밍을 배우러 갔는데 그게 두 번째로 혼자 뭔가를 해본 거였다. 근데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이참에 무급휴가 기간에 제대로 배우자 싶어서 3주간 대구에 내려가 있는 동안 배웠다.


그러면 휴가를 가지게 된다는 걸 알고,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기대한 휴가의 모습이 있었나

- 하나도 없었다. 원래는 하고 싶은 마음 30%, 하기 싫은 마음 70%였다. 갑자기 주어져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는 무급 휴가를 갖기 싫었다.


왜 싫었나

- 일단은 월급이 안 나오니까. 그리고 한 달 동안 쉬면서 얼마나 리프레시가 될까 생각도 했고. 갔다 오고 나면 일이 엄청 달라져있으니까. 그거에 대한 걱정도 있고. 딱히 (휴가를) 안 가지고 싶었는데 제주도 여행을 갔다 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갈 건데 라는 생각. 갑자기 너무 좋아졌다.


이번에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갔다. 항상 친구들이 가다가, 어땠나

- 너무 좋았다. 오전 스케줄을 다 끝내고 집에 와서 잠깐 쉬는 것도 좋았고, 쉬고 밖에 나가서 바닷가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가진 게 너무 좋았다. 좋아하는 술집, 가고 싶었던 술집에 가는 건 최고였다. 해 질 녘부터 밤이 너무 좋았다. 외롭기도 했다. 솔직히 누가 말 걸면 같이 친구 할 정도로 외로웠다. 근데 너무 좋았다. 생각보다 친구들한테 전화도 안 하고 생각보다 혼자 잘 지냈다. 또 갈 거다.


그럼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나

- 첫 번째는 강릉. 두 번째는 똑같이 제주도.


해외여행은 생각이 없나

- 해외는 아직 가고 싶지 않다. 코로나 때문에 안 가면서 관심이 뚝 떨어졌다.


원래 많이 가지 않았나

- 원래 많이 갔다. 그리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근데 굳이? 굳이 지금 가야 할까 라는 생각이다. 비행기 값도 비싸고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 지금보다 나중에 가도 되지 않을까.


놀면서도 계속 현실을 생각하는 스타일인 거 같다. 한 달 휴가가 생긴다고 해서 휴가만 생각하며 기대하는 게 아니라 갔다 와서를 생각하고. '해외여행 가면 되지!'보다는 갔다가 혹시 코로나에 걸렸을 때 휴가가 어떻게 될지도 생각하고.

- 한 달 휴가였는데 그중에 1주일 해외를 가면 사분의 일이 사라지는데 너무 아까울 거 같았다. 해외를 갔다 오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리니까. 편안하고 지겨운 휴가를 보내고 싶었다. 똑같은 일상 같은. 그래서 난 해외 안 간 거 좋다. 안 간 걸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 달 휴가까지 보내고 나니까 이제 27살도 절반 넘게 지났다.

- 지금 생각해보니까 내 27살은 좀 뜻깊은 거 같다. 이때까지 나는 취미가 없었다. 살아생전 그렇게 고민하던 취미가 생겼다.


클라이밍이랑 또 있나

- 내가 블로그에 글을 적고 있다. 하나밖에 안 적었지만. 근데 난 내가 재미없어할 줄 알았다. 원래 글 적는 것도 안 좋아하고 일기 쓰는 것도 안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근데 너무 재밌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 원래 내가 사진을 찍는다. 많이는 아닌데 그냥 찍는다. 근데 이게 찍어봤자 쓸 데가 없어서 인스타에 내 사진을 올리는 거다. 사진을 찍는 데 이걸 안 쓰니까 굳이 찍어야 하나 싶고, 찍고는 싶고, 이게 맞물렸다가 블로그가 된 거다. 그렇게 블로그 글 하나를 적었는 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다. 시간을 내서 적는 게 아니라 일하다가 잠깐 두 줄 적고 이동할 때 한 줄 적고 이렇게 좀 오랜 시간이 걸쳐서 탄생한 글 하나다. 근데 이게 너무 재밌는 거다.



예전에 취미를 너무 가지고 싶어서 "취미를 찾는 게 나의 취미야"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예전에 상상한 27살, 20대 후반과 실제 27살은 또 어떤 차이가 있나.

- 대학교를 다닐 때는 27살에 병원에 없을 줄 알았다. 잘 다닐 거라는 생각도 했는데 안 다닐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27살은 완성된 어른에 가까운 이미지였다. 29살, 30살부터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는 데 그러면 어른에 다가가는 나이니까 어느 정도 완성된 어른이지 않을까. 아는 것도 많고 뭔가를 좀 하는.


내 몫을 할 줄 아는?

- 나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는. 근데 아니다. 21살이나 22살 때랑 똑같다. 바뀐 거라곤 돈 버는 거밖에 없다. 아 그건 있다. 서울에 살 거라곤 생각을 안 했다. 오로지 대구였다. 근데 와서 좋다 너무 좋아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때는 왜 서울을 생각 안 했었나. 이렇게 좋아하면서

- 이렇게 좋은 줄 몰랐고 굳이 (가족과) 따로 살아야 되는지 몰랐다. 가족 근처에 있고 친구 옆에 있고 살기 좋고 물가 싸고 그렇게만 봤을 때는 대구가 너무 좋았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오게 됐나.

- 원래는 경대에 가고 싶었다. 오로지 목표는 경대. 그런데 2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남은 선택지가 없었다. 또 내가 가고 싶었던 데가 영대였는데 영대랑 경대가 면접 날짜가 겹쳤어서 영대를 포기했나? 안 갔고 계대는 아예 지원을 안 했나? 그랬고. 그러고 나서 대구병원 봤었고. 지금 다니는 여기 서울 B병원은 면접 연습을 하려고 지원한 곳이다. 그래서 B병원이 여러 군데 있는데 지금 다니는 곳에 (이력서를) 낸 이유는 서울역이랑 여기가 제일 가까워서다. 한 친구는 이왕 (이력서를) 낼 거 제일 좋은데 내겠다고 해서 다른 곳에 내고 또 다른 친구는 새로 지어졌다는 일산으로 냈다. 나는 빨리 면접보고 빨리 놀려고 여기 냈고 그래서 오기가 더 싫었다. 애초부터 우리 병원이 인식이 너무 좋은 병원은 아니다. 안 좋은 것으로 손꼽히는 병원이다.


일하는 게?

- 병원 자체가 안 좋다고 소문이 났다. 여기 들어가면 못 버틴다고 소문난 그런 병원이다. 원래부터 모든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기피 병원 3군데 중에 하나다.


이전에 다른 간호사 언니한테 들은 거 같다. 친구가 백병원 다닌다고 하니까 힘들겠다 하더라

- 그만큼 인식이 안 좋고 사람이 안 좋아 고인물도 너무 많고. 근데 버텼다. 왜 버텼을까.


어떻게 잘 버틸 수 있는지 대단하다.

- 아무 생각이 없는 거다. 무던해서. 난 엄청 무던하다. 그냥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됐나 보구나 저렇게 되면 저렇게 됐나 보구나 한다. 그리고 누구에게 예쁨 받지는 않지만 밉상은 아니다. '쟤가 너무 예뻐 쟤가 너무 눈에 보여서 너무 잘해주고 싶어' 이건 아닌데 '쟤 뭐야' 이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 빌런들 눈에  띄지 않고 나름 조용히 묻혀 지낼 수 었다. 그리고 동기를 너무 잘 만났다. 그게 너무 크다.


그렇게 물 흐르듯 잘 버티다 27살이 되었다.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일하면서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할 때가 있나.

- 비타민을 열심히 챙겨 먹는다. 확실히 느꼈다.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 멀티비타민을 먹고 오메가 쓰리도 먹고 비타민D도 챙겨 먹을 거다. 

처음에는 (변화를) 안 느꼈다. 나는 병원에서 일하면 내 밑으로 1년 차고 내 위로도 1년 차라서 별로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보는 사람들은 병원 사람만 보고 동기만 보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다가 언제 한 번씩 느끼냐면 애들이랑 술 먹으러 술집을 가면 너무 어리다.


주변 사람들이?

- 주변이 너무 어리다. 그러면 내가 지금 여기를 올 때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그리고 원래 내가 교대 근무를 하면 잠을 못 잔다. 옛날에는 잠을 못 자도 버텼는 데 지금은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다. 그리고 이제 밤새면 그다음 날 못 잔 만큼 꼭 자야 한다.

- 못 버티는 게 1번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나

- 건강한 삶을 살 거다.


정말 운동하고 온 사람의 답변이다. 열심히 운동하는 삶?

- 운동에 재미를 들였다. 살아생전에 처음이다 운동이 재밌는 게. 근데 또 이게 되게 건강한 취미생활이네? 건강한 취미가 생긴 게 너무 좋아서 운동을 할 거고... 나는 무조건 30대 때 3교대는 안 할 거다. 이건 정해놨다. 사직을 하거나 외래를 가든, 그만두고 다른 병원을 가든 내 기준에서 대학병원은 20대면 될 거 같다. 굳이 여기서 30대 때는 일을 안 해도 될 거 같다. 아니면 10년을 채우고 나오든지, 고민이다. 30대가 됐을 때 나오든지 10년을 채우고 그만두든지 평생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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