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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라테스 Aug 27. 2024

공부는 원래 재미없다

나에게 쓰는 편지: "그런 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학업의 길에서 

말라비틀어져 더 이상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행주처럼 만신창의가 되어있다면

저 너머의 세계에 있는 희망에 기대어서라도 한 발짝 나아가고 싶겠지

어쩌면 그것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내가 걸어볼 수 있는 

유일한 빛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건 없다.


만약 네가 하고 있는 공부가 너무 힘들어서

이것만 해내면 더 나은 삶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희망을 버려라

목표의 달성뒤에는 또 새로운 도전이라는 목표가 주어지니까

그 어떤 목표도 달성되어 끝나는 것은 없다.


만약 네가 하고 있는 일이 끝이 보이지 않아서 

네가 가고 있는 길이 너에게 맞는 일일지 확신이 없다면

그러한 의심을 버려라

어떠한 길이 맞는지 안 맞는지 여부는 그 길이 끝나고 난 뒤에야 할 수 있으니까

끝나기 전에는 네게 맞는 길도 안 맞는 길도 없다.


공부는 원래 재미가 없다.

그러나 삶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그렇게 즐거워하던 취미도 

직업이 되고 반복하면 지겨워진다.

즐거움은 한순간이고

그 한순간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는 게 더 현명하다.


직업은 금전적 보상이라도 있으니 

물질뿐 아니라 정신적 보상도 없는 학업이 더 힘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러한 생각을 버려라

누구나 다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즐겁기만 한 삶이라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논문을 완성해도 나의 삶은 

논문을 완성하기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며

학업을 관둔다고 해도 나의 삶은

학업을 관두기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미래에서 희망을 찾지 마라.


지금 하는 것이 죽을 만큼 괴롭다면

앞으로 다가올 일도 죽을 만큼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나에게만 괴로운 게 아니다.

다들 그렇게 힘든 삶을 온전히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없다면

그 빗속에서 춤을 출 수 있는 태도를 가져라. 

비가 내리지 않는 삶이란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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