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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초이 Jul 04. 2020

엄마 아빠가 앉아 있는 거실을 바라보며

 참기름칠을 한 팬에 현미 떡을 굴려 볶아먹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책을 펴 읽기 시작했다. 난 항상 띠지가 거슬려. 길게 접어서 맨 뒷 장에 툭 꽂아두었다.


 칠월 초의 저녁 일곱시 이십오분은 여전히 밝다. 삼십초에 한번 씩 배달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엄마는 


"저것도 공해인데 신고하면 어떻게 안될까?" 라며 불평한다. 엄마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분명하다.


"..."  아빠는 항상 말이 없다.


 




우리집 거실에는 빛바랜 아이보리색 가죽 쇼파와 시루떡같은 테이블과 부부용 팔걸이 의자 두개가 단란히 놓여져 있는데, 부부가 둘 다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은 흔치 않다. 한명은 쇼파에 널부러져 있거나 바닥에 앉아 있거나. 그러다 가끔 오늘처럼 나란히 앉아있을 때면 내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참 귀엽고 보기 좋긴하다.


 부부로 오래 산다는건 뭘까 싶다. 둘 사이에 따뜻한 말이나 간지러운 손길은 없어진 지 오래인 것 같은데. 그저 저렇게 가까이 있어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면 충분한걸까?


 여름 저녁의 하늘만큼 엷은 동반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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