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초이 Jul 08. 2020

외할아버지이야기-죽을거면 이새끼가 죽었어야지

외할아버지가 생전에 술김에 하시던 짧은 이야기


 외할아버지는 그 집안에 둘째 아들로, 당신의 막내동생이 그 당시에 연세대 행정학과를 갓다는 걸 보면 다들 머리가 좋았던 모양이다. 외할아버지는 수원 시골에서 시내에 있는 농고를 나와 경찰이 되셨다. 당시엔 농고만 가도 공부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외할아버지는 형제 중에서 가장 키가 작고 말썽꾸러기인 둘째 아들로 자랐다. 일찍이 키가 180이 넘은 큰아들과 똑똑하고 얼굴도 고왔던 남동생 사이에서 늘 누나를 잘 따랐다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 일학년 때 할아버지의 형제 한 분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를 잃은 슬픔때문이었을지, 하늘에 대한 원망이 담겼던건지. 외할아버지는 듣지 않았어야 할 말도 듣게 되었다.


 - 죽을거면 이 새끼가 죽었어야지


 이후 그분은 외할아버지가 열살 때 돌아가셨다. 서른 초반에 요절하셨다. 그립지만 밉고, 보고싶지만 원망스럽다고. 따지지도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못들었다고 하셨다. 여든이 다 되어서도 엄마가 왜 나를 미워했을까 라고 말씀하셨다.


작가의 이전글 눈을 반쯤 감으면 보이는 모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