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댁에는 마늘밭이 있었다.
- 강만아 놀러나가려면 마늘밭 솎아놓고* 가거라
*마늘은 남기고 주변의 잡초를 뽑는 작업
외할아버지는 빨리 나가 놀고 싶은 마음에 마늘밭에 보이는 이 풀 저 풀을 전부 손에 쥐고 대충 흔들어 뽑아놓았다.
해질녁에 집에 오려니 개판쳐놓은 마늘밭이 생각났다. 아버지한테 두드려 맞겠다는 생각에 한참을 서성이다 들어왔다.
- 다녀왔습니다.
집은 조용했다. 그 다음날도 평온했다.
이 한 번의 너그러움을 외할아버지는 한평생 기억하고 추억했다. 그 날 참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