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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초이 Mar 12. 2022

엄마 얼굴

내가 사랑하는 얼굴


 물을 흠뻑 적신 붓으로 살구색 물감을 살짝 찍어 그 사람의 얼굴을 칠한다. 제일 얇은 붓으로는 거미줄만큼 얇고 반짝이는 고동색 머리카락과 일자로 희미하게 뻗은 눈썹을 그리고, 노랑을 참깨 반 만큼만 섞어 옅은 갈색 눈동자를 채운다. 눈두덩이에 슥 그어 넣은 얇은 선은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쌍커풀진 듯 깊게 패인 주름선이다. 아몬드 크기의 붓으로는 입술을 칠한다. 붉은색과 주황, 분홍, 흰색, 약간의 파랑을 섞어 입술색을 만든 후 물을 세 네방울 떨어트려 투명한 마른 장미빛의 입술색을 만든다. 입술을 칠한 붓으로는 뺨을 쓸어준다.  


 색은 물이 섞인 듯 투명하고 옅은 반면, 그녀는 굵은 선을 가졌다. 네모진 이마, 일자의 두꺼운 눈썹, 작지만 직선으로 뻗은 코, 윗입술이 더 도톰한 전체적으로 두껍고 가로로 긴 입술. 대부분 그녀의 아버지의 얼굴을 빼어 닮았다.  


 그녀의 얼굴 모든 곳에서 빛이 난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아주 희고 조금 붉은 사람이다. 노란색이 빠진 투명하고 얇은 흰 피부 속으로 빨갛고 파란 실핏줄이 보인다. 그녀의 눈동자는 물기를 머금은 유리알이다. 그녀가 아무리 안구건조증을 호소해도 내 눈에는 늘 막 샤워를 마친 사람같다. 머리카락과 눈썹도 기름을 바른듯 반짝인다. 두번째 손가락으로 그녀의 앞머리를 한올 한올 쓸어넘기고, 눈썹을 세번씩 쓸어준 후 미끈한 코를 위에서 아래로 그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에게는 탁기가 없다. 그녀는 냉장고에 넣었다 마시는 가볍고 달콤한 레드와인이다. 그녀는 아삭한 양상추에 물기가 가득한 오이와 삼색의 파프리카를 올려 올리브유를 잔뜩 끼얹은 여름 샐러드다.  


 그녀는 펄이 들어간 화장이 어울린다. 묽은 RMK의 워터 파운데이션, 펄이 가득한 샤넬의 아이쉐도, 골드펄이 섞인 디올의 립글로즈가 어울린다. 아무나 소화하지 못하는 하늘색 아이쉐도도 그녀는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녀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의 인간 버젼이다. 


 그녀는 네 개의 안경을 돌려쓰는데, 그 중 가장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건 아주 가늘고 동그란 금색 안경테이다. 금테를 쓰면 그녀의 희고 얇은 피부가 더욱 도드라지면서 우아하고 강해보인다. 그렇게 얇은테를 쓰고도 피부가 얇아 금새 콧대가 빨개진다. 


 이런 이유로 그녀를 얼굴을 사랑한다. 예뻐서 좋다. 옛날에도, 어제도, 오늘도, 지금도, 내일도, 미래에도, 영원히 예쁠 얼굴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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