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참 잘한다고 생각하는 회사 중 하나인 배달의 민족.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의 '장인성' CBO님이 낸 책이 최근 출시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기대만큼 너무나 재미있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마케팅은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누구에게 팔면 좋을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은 왜 우리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원인을 찾고,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최적의 방법을 만들고,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제대로 실행해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는 것.
책에서는 마케팅의 본질과 업무를 대하는 태도, 사람들과의 협업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가끔 간과하는 것이 우리는 일을 잘한다는 것은 성과가 좋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마케팅을 요구한 클라이언트나 마케팅을 마주할 사용자를 가끔 잊고 말이다. 얼마 전, 업무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페이스북의 콘텐츠의 '좋아요'수를 늘려야 하는 홍보 업무가 있었다. 광고를 통해 많은 좋아요를 받았지만, 타겟팅의 잘못된 선정 때문에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외국인들의 좋아요가 반을 이루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콘텐츠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상관없는 좋아요는 콘텐츠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노출되었을 것이고, 이는 마케팅 효과가 좋았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항상 우리가 잊지 말고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마케팅의 본질을 다시 한번 잡아주는 문구였다.
경험을 저장하고 공유하고 인출하고 성장시키는 데에는 소셜미디어가 좋은 수단이 됩니다.
경험거래소로서 소셜미디어는 인생의 낭비가 결코 아니에요.
대상에 대해서도 쓰지만, 대상을 보고 느끼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씁니다.
쓰면서 정리하고, 읽으면서 얻습니다.
흔히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가 인생의 낭비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자주 하는 나도 자주 듣는 이야기다. 그러나 책에서 언급한 바처럼, 나는 소셜미디어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처음 페이스북을 사용했던 이유는, UX에 대한 나의 관심도를 알리고, 당시 신입이었던 나의 활동을 보여주고 저장해두는 창고같은 곳이었다. 무엇보다 여러 세미나와 스터디를 통해 느낀 점을 꼼꼼하게 블로그 후기로 남기고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시킴으로써, 나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곤 했다.
현재의 인스타그램도 그러하다. 사생활도 자주 올리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감상평이나 일상에서 얻은 생각이나 감정들을 남긴다. 한달에 한번씩, 쓱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며 나의 감정은 이때 이러했고, 이러한 점을 느꼈고, 이러한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구나, 라는 나의 경험들을 살펴보게 된다. 그러한 의미로 SNS는 나에게도 경험을 저장하고 공유하고 인출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파는 사람은 팔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사람들이 사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이 좋은 걸 왜 안사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사게 하는 사람은 사는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왜'사고 '왜'사지 않는지 상상합니다.
어떤 마음을 만족시켜서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참 마음에 와닿으면서도, 반성하게 되는 문구였다. 이러한 부분은 우리가 흔히 겪는 데이터만으로 경험을 판단하고 분석할 때 나타나는 오류가 될 수도 있다. 단지 보여지는 수치들로 우리는 사용자의 숨은 속마음을 알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관점이 아니라 사용자의 관점을 더욱 자세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책에서는 외국 브랜드 광고는 한국 브랜드 광고에 비해 특정 모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품의 기술을 강조하는 한국에 비해 외국은 제품을 통해 얻게 되는 사용자의 경험을 강조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국내 브랜드들도 신기술을 강조하기 보다 그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의 사용자 경험을 미리 예측하여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는 것이 보여 좋은 발전으로 보인다.
장인성님은 사람을 뽑을 때 다음과 같은 항목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했다.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특출나게 실력이 좋지 않은 이상 회사와 팀을 꾸리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파악한다고 했다. 새겨두면 좋을 사항들이 많아 적어보았다.
성장하는 힘이 있는지
팀에 어떻게 기여할 사람인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목표를 잡고 함께 방법을 찾고 변화를 만드는 일을 좋아하고 의미있는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는 것이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사람 (일상에서도 고객을 관찰하고 성장하는 사람)
깊이 몰입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몰입의 기쁨을 알고, 남들을 나에게 몰입하게 만들 수도 있는 사람)
함께 잘 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다양한 여러 능력들을 모아내는 것이 중요)
책을 읽고 난 후 좋았던 점은, 의미있는 경험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점이다. 취미든, 여행이든, 책이든 어떤 경험이든간에 의미있는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게으르고 나태해졌던 내 마음과 태도를 다잡게 해주었다는 점에 있어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마음도, 머리도 말랑말랑해지는 책이라 일주일 내내 읽었던 출근길이 즐거웠다. 이러한 책들을 보면, 회사에서 정말 이러한 목표 의식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일하는 조직이 있는지 궁금해지곤 한다. 아마, 100% 적용하는 회사는 없더라도 이러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과 일한다면, 그것은 정말 최고의 조합과 영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글쓴이(필명)
만두님 - 책과 음악, 여행을 좋아하는 취향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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