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든 걸을 만한 곳을 찾는다. 평소 하루 팔천 보를 거뜬히 걷고, 만 보는 걸어야 상쾌해진다. 특히 자연 속을 걷다보면 내 몸이 기뻐하는 게 느껴진다.
연휴를 맞아 방문했던 속초. 영랑호를 가볍게 돌았다. 녹음이 우거진 공간은 공기부터 다르다. 나무와 이끼 냄새는 빛깔로 따지면 초록에 가깝고 빗속에서 더 촘촘하다.
연식을 알 수 없는 키 큰 나무들과 꽃들에 맺힌 이슬을 가만히 바라보고, 이름 모를 열매들에 눈을 빛낸 시간. 새와 풀벌레, 우산 위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리고 떨어지는 낙엽들을 눈길로만 낚아챘다.
산책을 하면서 유년 시절 닳도록 읽었던, 그러나 완전히 잊고 있었던 책 <비밀의 화원>이 문득 떠올랐다. 몸과 영혼이 아픈 소년소녀들이 자연 속에서 서로를 돌보고 회복되는 이야기인데, 왜 그토록 단순한 이야기에 이끌렸을까?
다시 도시로 올라가기 전, 몸과 마음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