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rm of Lonely Places
가장 행복한 장소를 상상해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사람들이 가득한 곳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편안한 집, 친구들과 함께하는 파티, 분주한 사무실이나 술집, 사람들이 즐거운 얼굴로 무리지어 지나가는 밝은 거리 등등.
그러나 이런 관점으로 행복한 장소를 정의한다면, 별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화려하게 두드러지지 않는 곳이 지닌 깊은 매력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다. 몹시 쇠락했거나 텅 비었거나 울적하거나 건축 면에서도 주변과 타협했거나 고립된 곳 등에서도 우리는 깊은 매력을 경험하고, 화려하고 우아하며 다채로운 익숙한 풍경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아늑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밤 11시에 외딴 국도변 식당에서 고향에 와 있다는 본능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혹은 수십 억 개의 별이 총총 뜨기 시작하는 광활한 하늘 아래 탁 트인 길 위에서도, 땅거미가 질 무렵 컨테이너가 늘어선 항구에서도, 언덕 너머로 으스스하게 주황색 불빛을 발하는 미지의 도시를 향해 진군하는 거대한 고압송전탑 그늘 아래서도 우리는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외롭고 고립된 곳에서 우리는 일상에 지쳐 만나기 힘든 우리 자신의 일부와 마주할 수 있다. 우리라는 인물의 거부당한 면을 만나서 일상의 평범한 수다와 미소, 질문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났던 내면의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에 관한 의식을 회복하고, 위안을 주어야 한다거나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거나 그저 (소위) 정상적이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기억과 계획, 후회와 흥분의 자리를 바꿔본다.
주변을 에워싼 황량함은 집이 가져다주는 가짜 안락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준다. 더 이상 그런 척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환경 덕분에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숨겨야 했던 슬픔을 비로소 인정할 수 있다.
이렇게 외로운 곳에서 만나는 동료 아웃사이더들은 흔히 의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친구들보다 더 우리가 갈망해온 진정한 공동체를 안겨줄 수 있다. 그들의 슬픈 얼굴과 고뇌에 찬 눈빛에서 우리는 자신의 가장 진실하고 멍든 면을 발견한다. 그들은 진짜 형제자매처럼 보이며, 평범한 세계의 구조에 적응할 수가 없어서 스스로 쫓겨난 사람, 몽상가처럼 보인다.
외로운 장소 가운데 가장 추한 곳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 번지르르한 싸구려로 도배를 하고 밝은 조명을 달아 번쩍번쩍 요란하기만 한 곳에서조차. 가정적인 분위기가 없고 무자비한 조명과 익명의 가구로 꾸민 곳이 평범한 정서와 근사한 취향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곳에 있을 때 우리는 벽지와 액자로 꾸민 안락한 거실에 있을 때보다 더 쉽게 슬픔에 마음을 맡길 수 있다.
‘집처럼 편안한’ 곳을 정의할 때 어떤 곳은 이 용어가 표현하는 ‘가정적 분위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곳에서 가장 진실하고 좋은 집을 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번역 이주혜 클래스 리더
편집 인생학교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