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의 피그마 인수로 돌아보는 디자인 전문 프로그램
2022년 9월, 어도비가 피그마 figma 프로그램을 인수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피그마 웹사이트 : https://www.figma.com )세부 소식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들었던 느낌은,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였습니다. 어떠한 소식이 들렸을 때,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감정도 같이 느껴질 수 밖에 없지만, 말도 안돼 같은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피그마 프로그램은 2022년 현재, 디지털 디바이스 인터페이스를 기획 설계 디자인하는 부분의 전방위적 분야의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에서도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실무 프로그램입니다. 해당 소식이 나오기 전에, 저는 여러 기업들과 미팅 및 교육 일정이 정해져 있었고 그러한 미팅과 교육의 주제는 UX UI 디자인과 피그마가 그 핵심에 있었던 상황이라 더욱 와닿는 주제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3D 분야에서 획기적인 프로그램 스위트 suite (세트로 구성된 프로그램군을 의미)를 자랑하던 서브스텐스 substance 프로그램사가 어도비에 인수되었는데, 매년 획기적인 업데이트와 진보적인 기능을 선보이던 서브스텐스가 인수된 후에는 프로그램 자체가 멈춘 것처럼, 혹은 시장에서 사라진 것처럼 눈에 띄지 않게 된 점도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들게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11년, 아이폰이 불러온 한국의 모바일 앱 붐에서 포토샵이 유일한 디자인 프로그램이었지만, 모바일 앱 디자인 워크 프로세스와는 상관없는 그래픽 프로그램으로서, 프로그램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프로그램을 응용하여 디자인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야 했었습니다. 이후 2015년경 어도비는 CC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월정액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고, 이를 반대하던 미국 실리콘 밸리의 디자이너, 기획자들은 대안으로 스케치 sketch 라는 이름의 UI 디자인 전문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스케치 웹사이트 : https://www.sketch.com ) 저 또한 이러한 흐름을 읽고 당시 국내 최초로 스케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기업 강연도 진행하였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카드 등 다수 기업들도 강의를 요청하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실무자들의 고충은 한결같았습니다. 워크 프로세스, 디자인 프로세스에 적합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그 것이었습니다. 어도비에서 스케치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어도비 Xd 프로그램은 맥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앱 & 웹 디자인을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나, 워크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한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구성과 포토샵과는 다른 운영 방식 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많은 좌절감을 맛보게 해준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스케치 프로그램에서 아쉬워하는 점은, 맥 컴퓨터만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피그마 프로그램은 사실 처음에는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했습니다. 피그마는 출생 자체가 웹 기반이었습니다. 즉, SaaS / Software as a Service 로서 웹에 접속하여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신기하긴 했으나, 사무실에 모여서 같이 일을 하는 상황이 일반적인 한국에서는 더욱 생소하였고, 특히 보안을 중시하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오히려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파일 단위로 업무가 진행되는 방식이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멀리 있는 사람들과 업무를 하거나, 프리랜서나 외주사와 일을 하는 경우 등 해외에서는 점점 그 효용성이 인정받기 시작하였고, 처음의 부족한 기능은 점차 개선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정말 놀라웠던 점은, 국내라면 생각할 수 없었겠지만, 피그마는 커뮤니티를 중시하였고 오픈소스의 개념까지는 아니지만,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작업물과 제작한 파일 등을 공유하며 하나의 성장 동인을 끌어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전세계적인 사태를 통해 재택 근무가 필요해졌고, 이로 인해 온라인으로 파일을 공유하여 웹 브라우저를 열면 바로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피그마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특히 갑작스럽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줌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선생님들이 선택한 무료 화이트 보드 프로그램으로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현재는 유료이나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된 기능이 있는 피그잼 FigJam 프로그램이 당시에는 베타 버전이어서 무료였습니다.) UI GUI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인 스케치 프로그램도 훌륭하지만, 시기적인 그리고 상황적인 이슈로 인해 피그마가 그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앱과 웹의 인터페이스를 기획하고 비주얼 디자인까지 진행할 수 있는 UI GUI 디자인 분야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한국에도 자리를 잡았으며, 대기업에도 도입 및 워크 프로세스 적용에 대한 의뢰도 점차 늘어가고 있던 상황에,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는 정말 갑작스러운 소식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케치 프로그램에 대한 대항마로 나온 어도비 Xd가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고, 피그마는 지난 업데이트를 통해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및 디자인 시스템 분야까지 총괄하여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점차 완성도와 그 기능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화로 약 28조원, 창업한 지 10년이 되는 상황, 창업자의 적은 인원으로 많은 요구 사항을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이 매체를 통해, 그리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어도비가 인수한 것 자체가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저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여기에서 논의하지는 않겠지만, 제 관점은 이렇습니다.
도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만, 적은 시간에 적은 인원으로 많은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IT 분야에서는 효율적인 도구, 시간을 줄여주는 도구, 전문성을 높여주어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는 도구,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주는 도구, 자료 관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 등이 모두 필요합니다. 최근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은 디지털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소한 것도 앱이 있고 웹이 있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프로덕트는 사람이 만들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디지털 도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모든 부분에 큰 도움을 실제로 주었던 피그마가,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들의 관점만 고수하며 M&A로 회사의 신상품을 늘려가는 어도비에 인수되었다고 하니, 저는 마치 제가 가지고 있던 도구를 강제로 빼앗긴 느낌이 들었습니다. M&A 관련 자료에서 약 2년간은 운영도 자체적으로 한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시기의 문제일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부에서는, 그리고 일부 대기업에서는 다시 스케치로 돌아가야 하나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어도비 Xd의 현재 모습, 얼마 전 인수된 서브스탠스 스위트 프로그램들의 모습을 보며 긍정할 수 없게 됩니다.
해외에서 한 디자이너가 말을 했습니다. '피그마는 우리의 의견을 들어주고 커뮤니티를 중시한다. 하지만 어도비는 커뮤니티를 싫어한다.' 저도 맞는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분야의 디자인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피그마가 만들어준 그 모습이 어도비에 의해 사라질 지라도, 다시금 또 다른 의미의 피그마 프로그램이 나타나 새로운 도구로서 새로운 가치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만약 나타난다면, 그 프로그램은 폭력적인 공룡에 잡아 먹히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PS. 해외에서는 특정 이슈가 있을 경우, 밈을 만들어서 그러한 이슈에 대해 많은 의견들을 표현합니다. 이번 어도비 피그마 인수에 대해 해외에서 밈을 통해 어떠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한 번 방문해서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제 글의 이미지도 아래 링크에서 가지고 온 이미지입니다. ( 메인 이미지 출처 : https://twitter.com/CaiqueOliveiraB/status/1570401676384960520?s=20&t=051z8sK_z54PcCKjEg3xTA )
>> 해외 밈 링크
Adobe acquires Figma, cue the memes by Rob Díaz (2022-09-15)
: https://prototypr.io/post/adobe-figma-m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