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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코치 Oct 12. 2020

국내 대기업 vs 외국계 기업 일하는 방식 차이 3가지

이직 5개월차 새내기의 외국계기업 적응기




2007년에 입사했으니, 만으로 13년 한 회사에서 근무했다. 입사할 때는 딱 10년만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어느새 그 시간을 훌쩍 지났다. 모든 게 익숙해지고,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게 해결될 정도의 짬이 생겼건만, 나는 편안함을 뒤로 하고 생소한 조직으로 이동을 결심했다. 유럽이 본사인 반도체 장비업계로 올해 초 이직을 했다. 너무 오랫동안 한 조직에 있었던 탓인지 적응이 쉽지만은 않다. 직장생활 14년차이지만 모든 게 어렵고 낯설다. 세상에 막 태어난 갓난 아기 마냥 모든 게 두렵기만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이런 새로움이 재미있기도 하다.


국내기업에서 외국계회사로 이직을 고려 중인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가 경험한 일하는 방식의 차이점 3가지를 소개한다







1.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

거의 모든 일이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기획안, 진행상황, 결과보고 등 거의 모든 내용이 이메일을 통해 수신자, 참조자(CC)에게 공유된다. 국내 회사에서는 정성스럽게 인쇄를 해서 결재방을 찍고 결재권자의 보고가능한 타이밍을 살펴서 결재권자의 싸인을 받아야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담당-과장-부장-임원-CEO'순으로 결재를 받기 위해 빠르면 이틀만에 오래 걸리면 1~2주의 시간이 걸리는 일이 여기서는 이메일 한 통이면 끝이 났다.


그래서 하루에도 이메일이 수십통씩 오고간다. 그 중의 반 정도는 내가 참조(CC)에 들어있는 메일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답장을 하지 않을 법한 내용도 여기에서는 전체 답장(Reply All)이 대세인 것 같다. 이 내용에 대해 내가 이해했으며 알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는 의미라고 나름대로 해석을 했다.  미팅 요청이나 회의 제안도 모두 아웃룩(Outlook)의 캘린더 기능으로 이루어진다. 사전에 직접 자리로 찾아가서 구두로 꼭 얘기를 해야 하거나 윗사람이라고 해서 머리를 조아리며 회의 진행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임원에게 메일 한 통을 보내면서 언제 어디에서 회의를 하니 참석하라고 통보하는 메일을 보내는 것은 전에 내가 몸담았던 국내 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여기서는 그런 노력과 시간들을 모두 비효율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이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2. 비대면 화상회의가 이미 일상적이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듯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재택근무 등 언택트 상황으로 인해 Zoom, Teams, 구글 행아웃과 같은 디지털 솔루션을 활용한 화상 회의, 비대면 미팅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이다. 외국계회사들은 대부분 코로나 이전부터 글로벌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컨퍼런스콜이 일상화 되어있다. 국내기업에 비해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 대한 적응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화상 연결을 통한 온라인 대규모 미팅이나 회의, 반나절짜리 강의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많은 직원들은 이런 연결에 많이 익숙해져있다. 온라인 미팅을 하다보면 비디오나 오디오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서 돌발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다들 집에서 일하면서 화상으로 연결해 대부분의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을 큰 이슈없이 하고있다.


코로나의 전 세계적인 유행이 시작된 후 유럽 본사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화상회의로 만난 그들의 배경화면은 자기 집 거실이거나 방이다. 한국 오피스도 격주 재택근무라서 나도 집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집에서 일한다고 해서 절대 널널하거나 일이 없지 않다. 오히려 출퇴근시간도 없고, 점심시간에도 집에 있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듯하다. 점심시간에는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하나씩 하느라 더 여유가 없던 날도 있다. 직원들이 일하는 게 눈에 안 보이니 다들 모두 몰래 몰래 놀고 있을 거라 가정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화상이나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겠어? 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많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3. 업무 프로세스가 상세하게 정의되어있고 그것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시된다.


모든 업무의 처리 순서와 프로세스가 비교적 상세히 정의되어 있다. 내부 인트라넷에 게시가 되어있는데 내용이 워낙 방대하였다. 외국계회사마다도 다르겠지만,  무조건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관계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사전에 충분히 공유하고 공감을 얻고, 진행과정에서도 프로세스를 준수하며 여러 주체들의 의견을 합의를 통해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주 사용하고 듣는 단어가 'Align'과 'Calibration'이다.

사전적 의미보다 훨씬 더 폭넓게 그리고 자주 듣게 된다. 어떤 업무가 있을 때 그 업무 진행에 앞서. 관련된 업무의 매니저 (상사), 유관부서,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과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Align이다. Calibration은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에 앞서서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서 협의하고 조율을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가 '눈금을 매기기'이니까... 미세한 조정을 하기 위해 여럿이 머리를 맡대고 하는 의사결정과정?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대기업에 오래 동안 다녔던 나의 관점에서 가장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 세 가지를 적어보았다. 외국계회사로의 이직을 준비중인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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