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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쟈 Aug 27. 2018

01. 낯선 형식과 익숙한 소재로 풀어나가는, <서치>

브런치 무비패스 영화 리뷰 #01 〈서치〉(2018)

*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낯선 형식과 익숙한 소재로 풀어나가는, 

'서치(Searching)'  



1. 

‘서치(Searching)’는 한 아버지가 실종된 딸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 스릴러물이다. 딸이 실종되고 아버지가 찾아 나선다는 소재는 익숙하다 못해 뻔하기까지 하지만, 이 영화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만큼은 결코 식상하지 않다. 우선 관객은 첫 장면부터 굉장히 낯설면서도 익숙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PC, 모바일 기기 화면과 페이스북 등 각종 SNS, 인터넷 검색창 등으로 구성된다. 주인공인 데이빗(존 조)은 물론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과 사건은 오직 스크린 속의 페이스타임 화면이나 뉴스 중계 화면, 사진, 동영상 파일 등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으며, 문자 메시지와 구글 검색창의 검색 결과들이 사건의 단서로 제시된다. 이런 연출 방식은 일반적인 극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거나 제한적인 방식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상당히 낯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까닭에 영화 초반부는 신기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어지럽고 정신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관객은 낯선 기분과 동시에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매체와 장면들이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도구이거나 매체라는 점 때문이다. 오늘날 영화의 배경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감상하거나 업로드하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수많은 종류의 SNS 계정을 사용한다. 즉,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서치의 연출 방식과 화면 구성은 분명 낯설고 심하면 '이게 대체 뭐야'라고 까지 생각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관객은 이른바 디지털 문명의 소비자이기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종 기기와 매체, 화면에서 친숙함과 공감대를 가지게 된다. 게다가 개성 있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스릴러 영화로서의 기본적인 문법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 느낄 낯섦과 이질감은 금세 사라진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서치는 꽤 개성 있고 괜찮은 스릴러 영화임에 틀림없다.  



2. 

물론 서치 이전에 ‘파라노말 액티비티’나 ‘REC’처럼 캠코더, 핸드폰, CCTV 화면을 촬영 기법으로 활용한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전 영화들에서 사용되었던 형식과 기법을 토대로 바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기과 매체들까지 영화 속에 끌고 들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는 결과적으로 상당히 효율적이고 영리하게 사용되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영화 도입부에서 주인공 가족의 과거 영상, 사진, PC 캘린더 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관객들에게 상당히 짧은 시간 동안 영화의 배경과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서사를 데이빗의 PC 화면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객에게 이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데이빗이 구글 검색을 통해 담당 형사의 기사와 정보 등을 확인하는 장면이나 아이메시지 기록을 뒤져 마고(미셸 라)의 행적을 유추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데이빗은 담당으로 배정되었다는 빅 형사(데브라 메싱)의 전화를 받으면서 구글에 그녀의 정보를 검색하고, 우수한 아동 실종 전문 형사이자 과거 행적이 담긴 기사까지 확인한다. 관객은 데이빗의 검색 화면을 통해 사건의 정보와 단서를 인물의 대사나 불필요한 회상 장면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데이빗이 온라인 매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소한 웃음 코드나 공감 요소 들도 영화를 한층 흥미롭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물론 데이빗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를 상당히 잘 활용하는 사람처럼 보이긴 하지만, 10대의 문화나 여러 종류의 SNS,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데이빗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마고의 행방을 조사하면서 부딪치는 작은 어려움은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관객에게 작은 공감과 웃음을 준다.(Tumblr를 모르는 데이빗이 구글 검색창에 Tumbler라고 검색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종  매체와 도구들은 짧게 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반부에서 중요한 단서로 재등장하기도 한다. 



3. 

이 영화의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각종 매체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만큼 그것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의 양면적인 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딸의 친구와 일상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데이빗은 마고의 페이스북 친구 목록을 조사하고 그녀의 텀블러와 유캐스트 계정에 남겨진 사진, 영상, 댓글을 토대로 실종된 위치와 용의자에 대해 추측할 수 있었다. 한 개인에 불과한 데이빗이 이 정도의 단서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일상화되어 있는 스마트폰과 CCTV, SNS 등의 기술 덕분이었다. 또한 경찰과 언론을 통해 마고의 실종 소식이 발표된 후,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통해 #FindMargot와 같은 메시지가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많은 사람들이 마고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한다. 온라인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와 사건 사고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는 것은 비단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큰 사고나 사건이 있을 때 SNS 계정이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연대의 메시지를 공유하거나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매체가 발달하기 전에는 분명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며, 정보화 사회와 기술발전의 순기능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와 기술 발전은 동시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현상이 나타나는 데 기여했다. SNS, 온라인 게시물, 댓글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이야기를 남기는 사람들, 사건의 실체나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은 아랑곳없이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가는 각종 루머와 2차 가해, 유튜브나 온라인 매체에서 타인의 관심을 받고 조회수를 올리려는 사람들까지 이러한 부정적인 문제들이 서치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 데이빗은 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초조해하는 동안에 온라인 사이트와 메일을 통해 공유되는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글로 인해 고통받아야 했다. 심지어는 아직 마고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장례 서비스 회사에서 홍보성 메일을 보내기까지 한다. 우리는 데이빗과 함께 이 처참한 장면들을 보며 함께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비인간적이고 상업적으로 보이는 장례 서비스 회사의 메일로 인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은 큰 기술적 발전을 이룬 우리 사회가 지닌 양면적이고 복잡한 성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4.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지닌 의의 중 하나는 영화의 주요 인물인 데이빗과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이 모두 한국계 배우라는 사실이다. 헐리웃 영화 산업에서 ‘화이트워싱(Whitewashing)’ 논란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다. 영화의 원작에서 아시아계로 묘사된 인물이 제작 과정에서 충분한 이해 없이 백인 배우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고, 실제 문화적 정체성 역시 왜곡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헐리웃 배우와 관계자들이 영화 산업 내의 성차별, 인종차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판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아갈 길이 멀다. 여러 영화에서 특히 아시아 출신 배우는 굉장히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치의 주연 배우인 존 조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로 서치처럼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 등장하고 그것을 실제 한국계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특별히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이나 문화적 특성을 강조하진 않다. 주연배우들이 한국계 미국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미국 어느 지역에 사는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으로 묘사되며, 특별히 인종적인 문제나 갈등이 부각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점이 이 영화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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