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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쟈 Jan 15. 2019

03. 작은 손길이 모여 변화를, <언더독>

브런치 무비패스 영화 리뷰 #03 - <언더독>

*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작은 손길이 모여 변화를, 더독(Underdog)(2018)



<언더독>은 버림받은 개들이 그들만의 안식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려낸 한 편의 동화 같은 로드무비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배경과 개성 있는 캐릭터, 탄탄한 스토리를 토대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유기견, 개 공장 문제 등 동물권과 관련된 이야기를 폭넓게 담아내고 있다. 



1. 유기견과 동물권 문제


 2017년 기준으로 국내 반려견 인구수가 천만명을 넘어섰다. 개는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반려동물이었으며, 우리는 어디서나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고 TV에서도 사랑스럽고 안타까운 강아지에 대한 사연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달리', '백호', '절미'처럼 여러 사연을 지닌 사랑스러운 개들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으며, 이 강아지들은 수십 만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반려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 속에 어두운 그늘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반려견의 수와 비례하여 유기견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만 연평균 10만 마리 이상의 개가 유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의식과 허술한 제도는 무분별한 반려동물 입양과 유기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왔다. 일시적인 흥미나 유행에 따라 특정 반려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개 공장에서 '생산'되는 강아지들의 수 역시 증가한다. 충분한 준비나 고민 없이 반려견을 데려온 사람들은 '더 이상 귀엽지 않거나' '털이 많이 빠지거나' '시끄럽거나' '병들어서' 개를 내다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언더독>의 도입부에서 뭉치와 병든 시츄가 산속에 유기되는 충격적인 장면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영화 전반에 걸쳐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한다.    


 물론 이 영화는 단순히 인간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들이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모든 개들이 자연 속에서 생존할 수는 없다. 오늘날 존재하는 많은 견종이 반려견으로 교배되었고, 인간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종도 존재한다. 들개 가족처럼 북쪽을 향해 가던 개들이 산속에서 만난 부부와 교감을 나누는 장면, 짱아가 새로운 가족의 곁에 남는 에피소드처럼 개와 사람 간의 신뢰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 역시 강조하고 있다.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캡쳐


2. 험난했던 제작 과정과 캐스팅


 뭉치 일행의 여정이 쉽지 않았던 것처럼 <언더독>의 제작 과정 역시 험난했다고 한다. 오성윤 감독은 전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이 22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한한령(限韓令)이 <언더독>의 제작에 큰 타격을 입혔다. 중국 투자사가 8억 가량의 투자금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바람에 큰 난항을 겪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됐다. 


 다행히 출연 배우들의 팬과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후원이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약 1억 6천만 원 상당의 금액이 모여 영화가 무사히 완성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사회 전까지 이 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엔딩 크레딧을 보고 나서야 영화 제작과 관련된 크라우드 펀딩이 있었고, 후원자 중에 도경수 배우의 팬들이 특히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텀블벅이나 여러 사이트를 통해 영화나 연극 관련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정도 규모의 펀딩이 성공하는 경우는 분명 흔치 않은 일이라 무척 놀라웠다. 




3. 배우들의 더빙


 국내 애니메이션 더빙과 관련해 끊이지 않는 논란이 전문 성우와 비전문 성우 캐스팅에 대한 문제다. 물론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배우들이 더빙에 참여하고 호평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너의 이름은> 더빙판이나 다른 극장 개봉 애니메이션에서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배우나 개그맨들을 기용하여 작품성을 떨어뜨렸던 사례들이 부각되어 논란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전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에 문소리, 최민식, 유승호 배우가 참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언더독> 역시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이준혁 배우 등이 캐스팅되었다. 연기력 면에서 비교적 검증된 배우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점과 선녹음 제작 방식으로 캐릭터들이 출연 배우들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전에 비판받았던 영화들과는 여러모로 달랐다고 생각된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만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훌륭하며, 훌륭한 이야기와 주제의식, 등장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 아름다운 영상미 등이 어우러졌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4. 다양성과 서로에 대한 이해


<언더독>에 등장하는 개들은 생김새도 성격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한다. 들개 가족과 밤이, 뭉치, 개코같은 대형견이 아닌 작은 개들은 산속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하지만 뭉치와 일행들은 작고 힘이 부족한 약자를 배제하지 않았으며, 함께 안식처를 찾아 떠난다. 이는 이들이 인간으로부터 버림받고 상처 입은 과거를 공유하고 있으며,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이한 모습과 특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배척하지 않고 어울리는 개들의 모습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척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출신과 종은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 의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대안가족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영화가 주는 주요 메시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후기를 작성하면서 <언더독>이라는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헐리우드나 일본 대형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언더독'이라 할 수 있을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의 현실.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십시일반 작은 손을 모아 영화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린 후원자들과 관객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약자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걸어 나가는 개들의 모습까지. <언더독>을 통해 작은 손길이 모여 더 큰 감동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길 바라본다. 




[관련 자료]


정지은 에디터, 반려견들의 여정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 오성윤 감독과의 인터뷰, 『빅이슈코리아』, No. 194, 2019.01.01.


김소미, [BIFAN에서 만난 사람들⑦] <언더독> 오성윤·이춘백 감독, 『씨네21』, 2018.07.25. 


중국의 일방적 계약 해지…애니메이션도 '사드 직격탄', JTBC, 2017.08.08.


이주현, [애니메이션 기대작①] <언더독> 오성윤 감독, "픽사, 지브리 같은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다", 씨네21, 2017.08.14.


강문규 기자, [들개가 된 유기견 ①] ‘북한산 무법자’ 들개가 나타났다…주민ㆍ등산객 ‘공포’, 헤럴드경제, 2016.08.15. 


와디즈 '대한민국 장편 애니메이션 <언더독>' 후원 페이지


#방구석1열 21회 방송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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