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험생을 위한 글
또 하나의 별이 졌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어리디 어린 별들이 졌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사람들이 그런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유는 "지나고 나면 수능이,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아니 오히려 "삶의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나오니 입시와 대학은 작은 점에 불과했다.
명문대에 다니면서도 젊음을 잠과 게으름으로 방 안에서 낭비하는 사람을 만났고, 원하지 않는 학교와 학과에 진학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학업에 임하는 사람도 만났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방향을 그려가고 있었다. 또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일찍 준비를 시작해서 20살에 공기업에 취직한 친구도 있다. 내가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놀러 다닐 때 그는 돈을 모아 본인 차를 사고, 아버지 차 바꾸는데 보태시라며 천만 원을 드렸다고 했다. 학업과는 거리가 멀지만, 매사에 유쾌하며 밝은 에너지를 나눠주는 친구도 있다. 대학의 이름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쩌면 본인이 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배경보다는 사람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에게는 입시가 세상의 전부임을 잘 안다. 최소한 고삼 일 년 동안, 입시제도를 통해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그 시기에는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모두가 대학 얘기, 성적 얘기를 한다. 선생님, 부모님, 친척,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 접하는 관련 소식 모두가 같은 얘기를 한다. 사람들은 학생들의 미래를 볼모로 충고하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응원하고 격려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학생들은 가깝고 먼 사람 모두의 오지랖이 자신의 입시 성패에 걸쳐있는 것을 느낀다. 부질없지만 잔인한 시선. 그런 시기에 대학이 학생에게 전부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 어렸을 때는 성적을 비관해 택하는 안타까운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삼이 되고 나서, 나도 입시에 실패한다면 정말 죽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 학생의 탓이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선생님들께, 부모님들께 얘기해주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입시를 거치면서 얻어야 하는 것은 대학 이름이 아니라고.
입시 공부는 자아실현을 준비하고, 책임감을 배우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수단은 스포츠, 게임, 예술 , 취업 등 사람 삶의 수만큼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목적은 큰 의미에서 수렴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의 삶을 사는 것, 당당하게 살아갈 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수단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우리가 입시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시련을 겪는 태도이다. 삶은 우리에게 시련을 통해 말을 건다. 우리가 아파하고, 불편해하는 것들은 "네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삶의 메시지이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 불편하다면 가진 것에 만족하는 태도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인간관계가 당신의 큰 고민이라면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워한다. 마찬가지로, 입시를 겪는 학생들이 시련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으로 여길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을 넘어선다고 느끼는 일을 다루는 법, 희망을 놓치지 않는 법,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두 번째, 집중하는 태도와 인내를 배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성숙한 삶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서 필요하다. 오랜 시간 집중하는 태도가 없다면 삶을 이끌어 나가기보다 무력하게 이끌려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방향을 정하고, 흔들림에 맞서 나아가는 힘은 집중력에서 비롯된다. 인내는 유혹을 뿌리치고 긴 시간 성실할 수 있는 힘이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게으르게 살 수 없다.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태도이다.
세 번째, 노력의 경험이다. 아프고 힘들지만 동시에 자랑스러운 시간을 경험하는 것, 나 자신의 노력으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직접 세상을 바꿔본 경험은 단연코 당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것이다. 어려서 겪은 무기력은 학습된다. 자라오면서 가진 경험이 전부 "세상에는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다"라는 것이라면 그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학습된 무기력 속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해본 사람에게는 강한 믿음이 있다. "하면 된다"라는 믿음이다. 경험적으로 얻어진 이 믿음은 두렵고 막막할 때,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껴질 때 모든 것을 이겨내게 하는 가장 강한 힘이다. 나는 학생들이 입시를 겪으면서 무기력 대신 자신을 굳게 믿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도와주는 것이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공부를 자존심, 대학 이름, 주변의 기대에 못 이기고 실망이 두려워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과 피 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현실은 아프다. 그러나 그 현실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임을 꼭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공부하는 이유는 당신의 삶에서 성숙해지고, 온전해지고, 삶을 스스로 이끄는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너 자신을 다듬고, 이겨내고, 다독이는 연습이라고 생각하자. 절대 어떤 결과를 내기 위해서만 아파하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결코 너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성적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너는 모든 과정의 순간에서 더 완성되고 성장해온 것이다.
호랑 인스타그램: horang_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