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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니모 Nov 27. 2022

Ep5.5. 무능함

일하는베짱이

고민하는 과정 중에 있는 이 이야기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속 고민하다가 그래도 어떤 고민을 갖고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적는 게 처음에 우리가 기록을 시작한 취지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p6으로 넣기에 이건 지극히 나 혼자만의 에피소드인 것 같아 Ep 5.5로 작성하게 되었다.


지난 화에 이야기했듯이 나의 짝꿍 베짱이가 한 번 많이 힘들어한 날이 있었다. 어렴풋이 '힘들 것 같은데...'라는 걱정을 계속하던 중이었는데, 실제로 그 힘들어하는 현장을 보게 되니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의 무능력이 마음이 아팠다.


일을 시작할 때도 각자의 역할이 달랐던 우리에 대해 내가 혼자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일이 몰렸을 때 서로가 커버 쳐줘야 하는 부분인데 모션 전문가인 짝꿍 베짱이의 작업을 모션 조무래기인 내가 커버 칠 수 있을까? 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밀려드는 외주에 시안 잡고 그래픽 쳐내느라 따로 모션 공부에 시간을 두기가 어려웠다.(변명일까?) 기어이 중첩된 일정과 꽤나 까탈스러운 부분의 수정 요청을 주는 작업들에 치여 짝꿍 베짱이에게 병목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재밌어 보이는 작업 의뢰도 계속 들어오지만 더 이상 작업을 무리하게 받을 수가 없었다. 내가 모션까지 커버할 수 있었다면, 짝꿍 베짱이도 돕고 짝꿍 베짱이가 병목 된 일을 쳐낼동안 다른 작업을 혼자 진행하며 수익을 벌고 있을 텐데. 나는 나대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무능력을 탓하며 지하굴로 들어가고 있었다.


현재도 딱히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짝꿍 베짱이는 모션 작업에 매달려 있고, 모든 그래픽 작업을 다 마친 나는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그래픽이 나와야 모션이 진행되므로 그래픽이 빨리 끝날 수밖에 없음) 오늘은 계약서를 만들었는데 세상에 표준계약서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았고(정부 사이트에서 다운할 수 있음), 무수히 많은 조항들 속에 불이익은 없을지 검토하는 것도 알았다. 회사에서 계약서를 쓸 때 이사님이 클라이언트에게 먼저 계약서를 작성해서 전달드릴지를 왜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는지도 알 것 같았다.


여하튼,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에 정처 없이 휩쓸렸다. 파도에 예민해진 감정은, 이렇게 일하면 스스로 불행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끌어갔다. 성실하지 못한 내가 자발적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게 어쩌면 나도 고통스러웠을지도...

게으른 탓에 한번 움직일 때 효율을 짜내야만 하는 나는 그 덕분에 시간 조절을 잘해서 움직이는 편이다. 베짱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베짱이가 어서 자리 잡길 바라며, 또 짝꿍 베짱이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나름 꽤 긴 시간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마저도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러나 요 며칠간은 감정의 파도 덕분인지 이런 상황들이 마음의 힘을 쭉쭉 뽑아갔다.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감정을 배제시키고 문제에 집중하려고 꽤나 치열한 며칠을 보냈다. 이미 결론을 알고 있었는데 무능함을 인정하는 꼴이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내린 이 문제의 결론은, 실무에 쓸 만큼 모션 작업을 많이 경험해서 실력을 쌓자.

이게 당장의 해결책의 전부다.


한 번에 최대 세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받지 말자.

모션 작업을 많이 해보자.(찡짱이)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 짝꿍 베짱이에게 나의 고민을 공유하지 않았다. 혹시 짝꿍 베짱이가 내 마음이 무거워질까 봐 힘들 때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숨겨버릴까 봐서. 이 글을 짝꿍 베짱이가 보게된다면 짝꿍 베짱이의 마음에 짐을 실어주려고 쓴 글이 아니며, 짐을 갖지 말고 계속 짝꿍 베짱이의 상황을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짝꿍베짱이가 말을 안 해줬다면, 내가 계속 몰랐다면 너무너무 슬펐을 것 같다. 스스로가 엄청 싫어졌을 것 같다. ㅠㅠ 더 말해주세요~

짝꿍 베짱이가 이렇게 이야기해준 덕분에 나는 성장 중이다.


오늘도 일하는베짱이는 순항중!




작성일 2022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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