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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니모 Dec 04. 2021

책임감(퍼블리셔스테이블 첫째 날)

독립출판


대한민국 독립출판의 가장 큰 행사가 <퍼블리셔스테이블>이라고 한다.

12월 3일(금)부터 5일(일)까지 3일간 디뮤지엄 성수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틀 전부터 급증하는 코로나 환자들로 인해 행사가 연기되면 어쩌나를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꼼꼼하게 방역수칙을 지켜주시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분들이 와 주셨다. 부스 지킴이로써 처음이자 마지막 날. <팔칠서가>라는 팀 네임으로 M3층의 B-47 부스에서 글쓰기 동기들과 함께 각자의 출간 서적을 모아 판매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하게 나의 20대, 30대 때 적어둔 생각들을 모아 모아 엮어서 출간하게 된 <어쨌든 하루>.

서점에 입고를 하면서, 퍼블리셔스테이블 행사에 가져가면서 까지도  떳떳하게 소개하지 못하는 마음이 들어 책한테도 애정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부디 단 한분이라도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주시면 참 좋겠다’라는 커다란 꿈을 안고 10권의 책을 챙겨가면서도 마지막 날 남은 책들을 챙겨 올 상상을 하며 그렇게 행사를 시작했다.

이런 나의 마음이 무색하게도 참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따스한 손길로 책을 펼쳐주셨다.

<어쨌든 하루>를 펼쳐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마치 혀가 다섯 가지 맛을 동시에 느끼는 것 마냥 마음속에서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튀어올랐다 사라지곤을 오늘 하루 수십 번 하였다. 내가 쓴 책을 내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 내 안에 느꼈던 ‘애정’과 ‘아쉬움’을 덜어내고 ‘뻔뻔함’을 더해 마치 남의 책인 양 줄줄 소개를 하면 감사하게도 고개를 끄덕여주시거나 좀 더 유심히 살펴봐주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제가 썼어요!’라고 말해버리기도 했다.


입고된 서점에서 책이 일면식도 전혀 없는 분들께 판매되어 나가는 소식을 들을 때도 참 마음이 벅차고 나의 이야기를 부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마음 떨며 항상 바랐다.

퍼블리셔스테이블에서는 직접 어떤 분께 판매되어 나가는 지를 보는 참 작가로서 보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한 것 같아 표출되는 흥분을 마음속에 누르고 눌러 점잖은척했다.(안 그래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한 손님이 오시자마자 진열된 책들 중 <어쨌든 하루>를 바로 집어 올리셨다.

(이 손님분은 <어쨌든 하루>가 누군가에게 판매되어나가는 것을 목격하게 해 주신 첫 손님이었다)


니모 : 방황하던 20대, 그리고 좀 나아진 30대에 썼던 글들을 모아서 냈습니다. 20대에게는 30대에는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를, 30대에게는 20대 땐 나도 그랬지라는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동기님이 어쨌든 하루를 소개해주신 멘트를 똑같이 따라서 써먹음)

- 손님 : (웃으시며) 알아요.

니모 : 네?! 어떻게 아세요?

- 손님 : 인스타에서 봤어요.

니모 : 아…?!

- 손님 : 한 권 주세요!

니모 : 오! 감사합니다. 혹시 어떤 인스타에서 보셨나요?

- 손님 : 퍼블리셔스테이블 스토리에서 글 봤어요. 글 보고 사고 싶어서 체크해두었었어요.

니모 : 와! 감사합니다!

- 손님 : 혹시 사인해주실 수 있으세요?

니모 : ?! 네!! 앗 근데 포장 벗겨야 되는데…

- 손님 : 괜찮아요. 벗기고 해 주세요.

니모 : 네! 감사합니다.


큰 흥분으로 뇌에 충격을 받아서 저렇게 정상적으로 내가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너무 감사해서 정말 멋지게 사인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평생을 싸인 하나 만들지 않고 살고 있다. 왠지 싸인이 낯간지럽기도 해서 내 이름 세 글자 쓰는 게 다였다.

오늘 처음으로 싸인에 대해 하나 만들어 둘걸 그랬나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싸인도 처음 해봐서 연예인들처럼 손님의 성함을 여쭤야 하는 건지도 모르고…

멘트도 적어주시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 순간 든 마음속의 멘트가 그저 ‘감사합니다’만 천오 백번 생각했다.(응?..)

그래서 감사하다고 밖에 적어드리지 못하였다. (죄송합니다 ㅠㅠ 초보입니다! 혹시 또 다음에 뵐 기회가 온다면 꼭 성함과 열심히 멘트 고민해서 꼭꼭 적어드릴게요!)


인스타에 책의 내용 중 한 문장을 찍어 올렸는데, 그 한 문장으로 이렇게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것도 감사하고

혹여 책을 읽고 실망하진 않으실까 싶은 마음도 잠깐 들었지만, 어쨌든 나의 이야기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걱정을 덮었다.

이렇게 찾아주시는 분들을 직접 보니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만, 책임감을 더 갖고 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텐 오랫동안 쓴 일기이며, 어쩌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겐 어쩌면 나의 바람처럼 위로가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하루>도 그런 분들을 위해 조금 더 힘내 봐야겠다!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오늘 들고 간 10권 중 9권을 판매하였다.

단 한 권이라도 누군가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꿈이 이뤄진 감사한 날.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오늘의 이 첫걸음을 잊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첫걸음을 뗄 수 있게 해 준 손님들의 마음도.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일은 손님으로 퍼블리셔스테이블에 참여합니다!

<팔칠서가>도 <퍼블리셔스테이블>도 많이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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