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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Jul 29. 2022

벤치마킹(benchmarking)


 벤치마크(benchmark)는 원래 토목 분야에서 강물 등의 높낮이를 측정하기 위해 기준점을 말한다. 여기서 유래한 벤치마킹(benchmarking)은 어느 기업에서 앞서가는 타 업체의 기술과 노하우를 모방한 것을 말한다. 필자는 작은 교계 신문의 편집장을 맡아오며 발바닥에 땀 날 만큼 취재현장을 지키며 아울러 배부에까지 열심히 뛰었다고 자부할 수 있고, 발행인은 ‘억’ 소리 날만큼 투자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전리품은 잊혀진 무명용사의 묘비명처럼 사람들에게 크게 기억되지 못했다. 그래도 필자는 벤치마킹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대구 경북이나 부산 경남의 여타 타 신문의 대표나 편집국장들을 많이 만났지만 서로 함께 도모할 연합사업이 없고서야 잠시 서로 차담회를 가지는 수준이었다. 우리 신문사에도 굵직한 분이 이사장으로 모셔졌지만 워낙 여러 군데 적을 두고 있다 보니 우리에게 최선의 힘을 실어줄 수 없었다. 필자가 벤치마킹에 심혈을 기울여 우리에게 멋진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하려고 해도 재정과 인물난이 항상 문제였다. 또 필자가 오랜 시간 편집장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부자라도 항상 돈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사람과 그 조직에는 분명히 상당한 자산이 있는데 왜 항상 돈이 없다는 걸까를 생각해보면 서로 속셈이 다른 의견 불일치 때문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신문은 신문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매체와 경쟁 관계라는 것도 알게 됐다. 시대 흐름과 사람들의 정서는 방송을 더 선호하게 되었고, 종이 신문의 위상은 예전처럼 철옹성이 아니라 그저 허술한 성읍이어서 쉽게 침략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필자는 코로나의 폭풍이 불어오고 한 2년 가까이 칩거하다시피 하며 종이신문 발행을 예전처럼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고심하고, 궁리하며 ‘다시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미래를 도모했다. 필자가 나름대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나름대로 미래의 설계도를 그렸지만 늘 그래왔듯이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차 이번에 다른 도시에서 교계 뉴스를 활발하게 전하며 신문발행도 잘하는 신문사 한곳을 탐방할 수 있었다. 20년 이력의 그 신문사는 발행인이 더러 바뀌기도 하며 우여곡절을 겪었고, 교계 신문이라는 대의명분도 접고 아예 일반신문처럼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던 차 지금의 이사장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편집국장과 합을 맞춰 멋진 교계 신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새로운 이사장은 수년간 매년 억 단위의 재정을 투자했고, 편집국장은 다시 교계의 관계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드린 끝에 지금은 경북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문이 되었다. 인터넷판도 새롭게 정비해 속보를 인터넷으로 바로바로 전했고, 매달 발행하는 신문에는 독자들이 봤을 때 알찬 내용으로 빼곡이 수놓은 것을 보고 왔다.


 러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무엇이든 첫째는 대의명분이요 둘째는 적절한 재정의 투입이요 셋째는 실력 있는 가용 인력이요 넷째는 수시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열린 공감이었다. 재정난을 겪으면서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십 년간 현장에서 교계 뉴스를 전하는 필자로서는 나름대로 조언 몇 가지를 전하고 왔다. 일반신문들이 일 년 한 차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보도 사진전’을 신설하기를 제안했고, 이참에 인터넷 방송국을 추가로 개설해 박차를 가해보라는 것이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겪으면서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일반인들이 유튜브를 개설해서 방송국처럼 파급력을 높여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정확하지 않은 보도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뉴스를 신생 채널에 탑재하는데 전문 장비가 없어도 사무실 한 칸만 있어도 수백만 원이면 방송국처럼 운영할 수 있으니 너나없이 뛰어들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1억짜리 재블린이 40억짜리 러시아 탱크를 한 방에 파괴하며 박살 내는 것을 보게 된다.


 벤치마킹만이 능사는 아니고, 정답도 아니다. 그러나 좌우를 잘 살피며, 끊임없이 배우고, 절차탁마의 수련으로 실력을 키우는 사람에게 기회의 화살이 더 적확히 명중할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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