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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Dec 01. 2022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하라

 

 예전에 유명했던 목회자의 운전 비서로 뽑혀서 2년간 전국을 순회하는 계기가 있었다. 한창 바쁠 때는 부산에서 새벽녘에 전라도 광주로 달려가 오전 집회를 마치고, 부리나케 내달려 경기도 광주에서 바로 저녁 집회를 이어가기도 했다. 집회 전후 식사는 관계자들과 한숨 돌리며 대화할 때 요기를 해결하는 시간이면서도 다음번을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그렇게 부산 찍고 대구 찍고 대전 찍고 서울 찍고 하면서 참 바쁘게 다녔다. 빡빡한 일정에 운전 비서만 부목사와 전도사와 나까지 서너 명이 돌아가면서 일정을 감당했다. 문제는 차례로 지역을 순회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 요청 순서에 따라 일정이 잡히기에 엊그제 다녀왔던 곳이라도 콩 튀듯이 또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고속도로 사정이 많이 나아졌고, 바쁠 때는 KTX를 타고 서울에 가면 서너 시간에 도착해 설교할 수 있었다. 그 목사님은 “메뚜기는 한철이다” 하면서 언제라도 부흥의 불길이 잦아들면 자신은 잊힐 거라고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그런데 벌써 20년 넘게 전국을 다니며 부지런히 복음을 전하고 있는바 메뚜기의 한철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명해지기 전에도 얼마나 그 길을 많이 왕래하였을 것인가. 


 그렇게 집회를 다녀보면 각양각색의 상황과 마주치게 된다. 어느 지역을 방문했을 때 그 지역의 큰 교회를 빌려 연합집회를 하는 강사로 목사님을 불러 저녁 집회를 잘 마치고 숙소까지 잘 도착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오전 집회 때문에 교회로 가야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강사를 모시러 오지 않았다. 전날 목사님을 안내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인수인계를 똑바로 하지 못한 불찰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목사님을 모시고 부리나케 집회 현장으로 달려갔다. 아마 목사님을 태우러 오는 관계자는 그 교회 사람이 아니었고, 부탁한바 들은 대로 구두로만 약속하고 까먹어버린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었다. 또 어느 지역에 갔을 때는 민물 다슬기탕으로 전국에서 소문난 맛집인데 목사님을 모시고 가고 싶다고 해서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그러나 웬걸 그 집은 마침 그날따라 휴무라 장사를 하지 않았다. 조금 시골 분위기가 나는 곳이어서 전화하지 않고도 아무 때나 가도 늘 장사하는 곳이기에 그분들은 당연히 문을 연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침 식사는 안해도 되니 그냥 가겠다고 하면서 돌아서는 발길이 못내 아쉬웠다. 집회를 준비하면서 전화 한 통만 넣었다면 쉬는 날인지 알았을 것이고, 다른 곳으로도 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어느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경계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는 곳까지 에스코트(escort)한다고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집회 시간이 빠듯해 식사할 겨를도 없었지만 장로님과 권사님 부부의 간곡한 부탁으로 중식당에 도착하니 테이블 위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맛난 요리에 군침이 돌았다. 급하게 먹었지만 아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새록새록 솟구친다. 그 부부의 소원을 축복기도 하는 목사님 옆에서 나도 덩달아 간절해지면서 아멘으로 화답했다. 또 어느 지역을 방문해서 그 교회에서 3일간 집회가 이어졌다. 나도 그 3일간 그곳에 머물며 목사님을 보필했는데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 나에게도 봉투 하나를 내미는 것이었다. 은혜로운 집회 현장을 방문하고, 강사님과 식사하는 것으로도 감사하며 다녔는데 운전 비서에게까지 사례비를 주는 곳이 다 있다니 그 마음 씀씀이가 아주 감동적이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한마디에 모두 들어 있다. 절대자에게 헌신한다고 모든 정성을 다 바치며 열심인데 주의 종에게 하대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전능자에게 소홀하고 사람에게 정성을 다한다고 해도 그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물 한 그릇 정성껏 대접한다면 결코 하늘에서 그 상을 잃지 않으리라고 말씀하셨다. 위대하고 거룩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 내 몸이 조금 힘들어도, 내 재산이 조금 손실 나도, 내 시간을 조금 잃어버린대도 나보다 남을 대접한다면 그 상을 정녕코 하늘에서 잃지 않는다. 무릇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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