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공의 널리 알려진 비밀
한 스타트업 CEO의 모임에서 최근 100억 이상 투자받은 회사의 대표와 이야기를 하다가, "솔직히 우리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성장했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겸손의 표현이거니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 보니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그 후 회사에 돌아와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회사가 어떤 대출 회사가 될지 모르겠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경쟁 회사들은 이미 에이전트를 백여 명씩 고용해 앞서 나가는데 우리는 언제 그들을 앞설지 답답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회사의 구성원 역시 트루밸런스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모르기에, 앞으로도 어떻게 성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에서 널리 알려진 비밀 중 하나는, 해당 산업에서 '성장'의 열쇠를 풀면 된다는 성공한다는 것이다. 각 국가/산업에는 대규모 성장 가능성이 있음에도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막혀있는 제약이 있는데 그것을 해결하면 성장이 이루어진다. 스마트폰으로 배달시키면 여러 가지가 편리하겠지만, 초기에는 동네 음식점들이 전산망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주문할 수가 없다. 또한 그런 종류의 소비자용 앱이 없으므로 홍보도 종이 전단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한 배달앱에서는 스마트폰 주문을 받아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콜드 스타트(초기 악순환) 문제를 해결했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온라인 슈퍼마켓 오카도(Ocado)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온라인 슈퍼마켓으로 보이는 이 회사는 2000년 설립된 영국 회사로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슈퍼마켓이며, 시가총액 8조 원. 영국 가정의 70%가 사용한다.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이 회사는 커머스 성장의 제약을 자동화된 유통으로 해결했다. 예를 들어 한 유통 센터에는 이들이 개발한 로봇 1100대가 하루에 지구 둘레 4.5배를 돌아다니며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자동으로 모은다. 개발자만 1100명이며 2017년 한 해만 기술 투자에 647억 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떤 애널리스트들은 우리가 트럭과 웹사이트만으로 온라인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는 바보 같은 분석을 발표한다. 유통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회사 설립 때부터 스스로를 테크놀로지 회사라고 생각해 왔다.”라고 이 회사의 CTO 폴 클라크는 2018년 6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https://www.youtube.com/watch?v=iogFXDWqDak
트루밸런스가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역시 성장의 열쇠를 풀었다는 점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
트루밸런스는 회사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성장 방식에 관심을 가져왔다. 김이식 전략담당 이사는 처음의 코파운더 모임에서 Member-Get-Member 방식에 의해서 어떻게 지수 함수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가 회사를 설립하고 실제로 이 방식을 적용하려고 할 때 일부 투자자도 반대했고, 정부 지원금 심사를 받으러 가서 이 방식의 마케팅을 얘기하면 심사위원들이 코웃음을 쳤다. 사람들의 통념과는 반대로, 트루밸런스는 적은 비용의 추천 보상만으로도 즉시 사용 가능한 인도 특유의 통신 충전 시장 특성 덕분에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이를 이용하여 6천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손쉽게 이루어 냈고, 현재도 '이를 담당하는 전담자' 1명 없이 계속해서 다운로드와 사인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방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구글 광고의 1/5~1/10에 불과하다.
우리가 만든 것은 한마디로 '자동 마케팅 기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성장의 비밀스러운 핵심을 훔치는 일을 그로스 해킹이라고 하는데, 아론 긴은 이렇게 그로스 해킹을 정의한다.
모든 그로스 해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스스로 영구히 지속되는 마케팅 기계(self-perpetuating marketing machine)를 만드는 것이다. by 아론 긴 Aaron Ginn [그로스해킹 p18]
또한 트루밸런스가 초기부터 했던 것은 '데이터 분석'이다. 회사 인원이 10명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모든 구성원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것으로 의견을 내는 훈련을 시켰고, 우리 서비스를 본격 출시하기 전 몇 개월간은 순전히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 보면 그 시기가 아마 가장 즐거운 시기였지 않았을까) 그 당시 서하연 데이터 담당 이사는 인도에 한 번 가 보지도 않은 채 우리 사용자의 데이터와 구글 지도만 보고, 해당 사용자가 직업은 무엇이고, 소득은 어느 정도이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맞춰 우리가 혀를 내두르게 되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우리는 서 이사의 데이터 분석을 '마법사의 수정 구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제 트루밸런스가 대출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마법 같은 데이터 분석은 사용자의 신용도를 자동으로 판별해 주는 신용 평가 체계(Credit Scoring System)로 발전했다. '대출 심사'는 대부분의 대출 회사들이 과거에는 며칠씩 걸리던 일이었으나 지금은 한국의 경우 굉장히 빨라졌다. 하지만 인도와 같은 국가는 여전히 절대다수의 신용 정보가 신용 집중 기관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루밸런스는 다른 회사들이 갖지 못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를 독보적으로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데이터의 중요성을 회사 문화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중요시하고 이를 자산화하였기 때문에 많은 금융 회사들의 협력 제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오카도가 자신의 로봇 물류 시스템을 다른 유통회사에 판매하는 것처럼, 우리가 이렇게 구축한 신용 평가 점수 등 다양한 데이터 상품을 또 다른 사업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는 회사가 될 것이다.
결국 트루밸런스가 만들고 있는 것은 '자동 심사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트루밸런스가 현재 만들고 있는 것은 '자동 추심 기계'이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더 많은 회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수많은 기존의 대출 회사들을 만나면서 많은 교훈을 배웠지만, 트루밸런스가 지향하는 독특한 대출 시스템과 데이터를 갖고 있는 곳은 없었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가야 한다.
트루밸런스는 '자동 마케팅 기계', '자동 심사 기계', 그리고 '자동 추심 기계'를 구성해서 결국은 우리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수백만 사람들에게 전파되며 스스로 영구히 지속되는 '자동 대출 기계'를 만드는 것을 사업의 목표로 한다. 모바일 기술로 유통 구조를 혁신해 기존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10억의 인도인들에게 금융 서비스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트루밸런스의 미션이기 때문이다.
배달앱, 오카도, 그리고 트루밸런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스타트업 성공의 잘 알려진 비밀은 바로 해당 산업에서 성장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과 서비스의 제약과 불편함을 해결하면서 대량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과 기술, 역량을 갖추어 단숨에 폭발적인 지수 함수형 성장을 일으키는 길에 접어든 스타트업이라면,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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