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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용 Oct 13. 2018

내가 절대 쓰지 않는 순우리말1-친구

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친구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아, 물론 진짜 친구를 말할 때는 친구라고 한다. 내가 쓰지 않는 경우는 친구가 아닌데 친구라고 하는 경우다. 


친구라는 말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어린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한다. "젊은 친구가 참 인사성이 밝구만"

만약 이들을 진짜 '친구'로 생각했다면, 위와 같이 모순적인 말을 할 수는 없을 거다. 왜냐하면 친구란 예의나 인사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다음과 같은 문장도 이상하다. "늙은 친구가 참 꼰대스럽네요" 


젊거나 늙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를 '친구'로 생각하고 대등하게 대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예를 들면, 예전에 우리 어머니에게 제 '친구'가 전화드릴 거예요. 했는데 사실은 나의 선배여서 혼란을 주기도 했고, 또 반대로 후배 집에 전화해서 그 어머님이 받으셨는데 '동아리 친구'예요라고 메시지를 남겨서 나중에 혼동을 준다고 지청구를 듣기도 했다. 내 생각이 그렇기는 하지만, 이미 '친구'라는 말은 너무 오염되어 버렸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 어린 사람"만"을 '친구'라고 부르는 상황에서, 나는 '친구'라고 칭할 수 없다. 이미 친구는 상대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을 '친구'라고 부르는 걸 들으면 가끔은 짖굳게 이렇게 물어 보고 싶다. '상대방도 선생님을 친구라고 생각할까요?' ㅋㅋㅋ 그러나 물론! 태어나서 한 번도 누군가 이렇게 '친구'라고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비난하거나 지적해 본적은 절대 없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고... 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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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의도와는 다소 무관하지만, '친구'의 가장 잘못된 사용예는 아마도, '장애우(障礙友)'다!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건 알지만, 대부분의 장애인 단체들은 이 표현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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