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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ug 02. 2019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나비야 사랑해_유주연

길고양이들 밥을 주면서 조금씩 알게 된 다른 세상. [카라]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고보협]도 알게되고 [마포구 냥이 카페]도 알게 되고 [나비야 사랑해]도 알게 됐다.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어 고양이 관련 책도 읽고, [고부해]도 보는 등 미래 집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요즘.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가 알고 준비해야 할 덕목과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 알아야 할 덕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캣맘이 되고 제일 먼저 공부하게 된 건 길고양이들의 다양한 병과 개인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약들이었다. 링웜,허피스,구내염.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고양이 질병들과 타우린, 락토페린, 초유, 엘라이신, 클라벳, 파나쿠어,오랄가드,마이뷰옵틱. 내가 현재 보유 중인 약 및 영양제들..

시작은 그냥 마실 물과 가장 저가의 부담 없는 사료 제공이었는데 욕심도 커지고 애정도 커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약도 사고 간식도 사고 그런다.

이 책의 저자 유주연은 내 친구 이름과 똑같아서 눈이 더 간다. 시작은 작고 우연이었다. 고양이를 키우게 된 것, 길고양이 밥을 주게 된 것. 그런데 이 일을 이렇게 적극 적으로 남들이 보기에 헌신적으로 15년간 하게 될 줄은 저자 스스로도 몰랐을 거다. 15년간 사비 10억을 넘게 썼다는 글을 보고 집이 좀 살았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했다가. 나도 아픈 아이들을 보면 내가 조금만 여유 있다면 개인적으로 병원 데려가서 치료할 텐데..라고 생각만 하는 일을 선뜻 내 돈을 들여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잘 안다. 사실 나는 머릿속에서 내가 패리스 힐튼 정도 되면..이라는 허황된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 정도면 사비로 거대한 센터 하나쯤은 만들 수 있겠지.

단지 고양이를 구조해서 치료해 주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 보호도 하고 있고 국내, 국외 입양도 하고 있지만 본인의 집에서 함께 사는 아이들은 불치의 병이 걸린 아이들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 뿐이니 무거운 짐을 혼자 감당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다. 지금은 주변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봉사자들과 간접적으로 해피빈 등을 이용해 후원을 받는 돈으로 이 단체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희생과 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알기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사실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좀 우울하다. 사실 제목만 보고 약간의 고양이 케어, 관리 팁. 이런 게 쓰여있을지 알았다. 그런데 15년간의 구조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별이 된 아이들 이야기도 많고 마음 쓰린 이야기가 많지만 캣맘, 캣대디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에 대한 동질감과 경외감, 그리고 나도 이 사람처럼 조금 더 행동하자.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는 사람,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기에 이 책은 딱 우리들(냥이 엄마 아빠)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야. 모든 생명은 끝까지 살아야 하고 난 그렇게 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의 저자처럼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TNR에 대한 생각도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조금 확고해졌다. 올 가을부터 우리 식당 아이들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직 나는 새끼냥을 받아본? 적은 없고 여전히 고양이에게 못할 행동이라 생각하지만 그게 이 도시에 사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길 위의 고양이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노력해봐야겠지.

그리고 골목식당의 아픈냥 찰리에 대한 도움 요청글을 올려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고보협 지원은 내가 아직 조건이 안되고, 내가 현재 이 아이를 절반밖에 도와주지 못하니 조금이라도 알리려고 시도를 해봐야겠다. 밥과 약먹이는 것도 다른 애들보다 손도 많이 가는데 유일하게 하악질 연신하고 나에게는 미운털 찰리인데 가장 의료 도움이 절실한 아이도 찰리라서 찰리도 다른 아이들 처럼 구조와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정말.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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