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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좐느 Aug 06. 2019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 작가의 팬, 애독자이거나 소설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보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지만 조건이 있었다. 난 아직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다 읽지 못했는걸! 지금도 다 읽지 못했다. 하지만 손이 갔다.

책 속에는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 정유정 작가 등단 이후의 책이 주로 등장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책을 모두 읽고 보는 게 베스트다. 나는 여기에서 내 심장을 쏴라를 초반만 읽다 이 책으로 먼저 넘어왔다.

작가에게 등단이란 무엇일지. 이전에 책을 3권이나 낸 상태였지만 문학상을 타서 등단하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고 소설을 갈고닦았다고 한다. 그렇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타고 진짜 작가 인생이 시작됐다.

초반작 3권은 절판이라 중고로 구입했고 한 권은 전국에 딱 한 곳, 동탄 알라딘 매장에 있어 사 왔다. 이런 덕후 같으니라고, 그 초반 3권은 등단 이후의 이야기들과 많이 다를까? 나중에 보면 알겠지. 



최근 김애란 작가의 산문집이 나왔고 내 기준에서는 여기저기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이름도 많이 들어봤고 소설책 제목도 많이 들어봤으나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작가. 조만간 만나게 되겠지. 또 알쓸신잡에서 자랑스럽게 자신이 문학상 많이 탔다.라는 이야기를 했던 김영하 작가. 두 작가의 공통점은 문학상을 많이 탔다는 점이다. 이름 들어 본 문학상 말고도 문학상 종류는 꽤 많다. 이게 뭐라고.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신인 작가가 책을 내면 누가 읽어주겠는가. 소설은 넘치는데.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데!

문학상을 받고 등단!이라는 걸 하는 것은 슈스케나 k팝 스타 같은. 요즘 같으면 프로듀스101 같은 의미 아닐까.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내 소설을 수많은 보여줄 수 있는 기회. 실력 있다는 증거. 뭐 이런 거?

정유정 작가는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 이후로는 쭉쭉쭉 몇 년에 한 번씩 소설이 꾸준히 나오는 팔팔?!한 작가다.

종의 기원으로 이런 작가가! 세상에! 했고 28과 7년의 밤을 마음 조아리며 봤지만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나 최근의 진이, 지니를 보면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유쾌한 모험, 그리고 감동. 종의 기원을 읽다가 무서워서 포기했다는 사람이 있으면 제발 진이, 지니를 봐. 다르다! 하고 있다.

p143. 사실, 나는 어떤 작가로 분류되느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 소설이 어떤 장르로 라벨링 되는가도 문젯거리는 아니다. 진짜 고민은 이런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잘 쓰는지, 어떤 이야기까지 쓸 수 있는지,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자료조사를 많이 하는 디테일이 강한 작가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소설을 쓰는 전 과정에 대해 세세히 알려주고 있다. 나같이 애독자의 입장에서는 설명을 들어도 덜 와닿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소설쓰려는 사람들에겐 유용하겠다 싶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하고 주인공을 만들고 이야기의 시점을 정하고 초고를 쓰고 자료 조사를 위해 수많은 책을 읽고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원고를 쓰고 퇴고하는 과정까지. 다 나온다. 소설쓰는 과정을 글로만 읽어도 어마어마한 정신적 노동이자 육체적 노동이다.

p193 내 경우는 그렇다. 소설을 쓰는 동안 세 가지 두려움에 시달린다. 초고를 시작하기 직전엔, 두려움을 넘어 막막하기까지 하다. 알래스카 설원에 꽃삽 하나 들고, 그걸로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기분이다. ... 초고를 끝내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 정말로 의심스럽다. 과연 이걸 끝낼 수 있을까? 퇴고를 하고 나면, 세상에 나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렵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글쓰기도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할까. 이 이야기를 왜 써야 할까? 그것도 죽어라 잘 쓰고 싶어 고치고 또 고칠까. 그러니까 작가겠지.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눈앞에 그려지는 묘사(너무 자세해서 그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작가님 눈에만 보인다;)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빠른 전개 (책은 두꺼운데 눈은 책장을 내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밤에 침대에서 잠 못 자고 허헛 거리면서 읽는..)인데 이런 부분 또한 이렇게 묘사 연습과 빠르고 쉽게 한 문단이 정말 렙처럼 읽히게 하는 노력이 있었다는 알게 됐다.

이렇게 노하우와 작업과정을 다 오픈해도 똑같이 못 쓴다는 걸 아시는지 자세하게 자신이 도움받았던 책에 대한 언급과 어떻게 자기 방식으로 바꿔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중간중간 나오는 책을 참고로 적어 놓았는데 혹시나 하고 맨 뒷장을 보니 책에 언급된 책들이 정리돼있었다.


적절한 질문과 리액션 도출. 혼자 말씀해보세요. 라고 했으면 못했을 이야기들을 대화형식으로 풀어가는 방식 좋았다. 인터뷰로만 이루어진 책은 처음 읽어봐서 지승호란 인물을  처음봤다. 지승호 인터뷰어가 누군가 하고 보니 꽤 많은 인터뷰집을 낸 사람이었다. 이 사람의 인터뷰를 보면 모랄까... 늙고 지친 장수 같은 느낌이었다. 전문성을 갖추고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책을 출간했고  인터뷰 작가란 걸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그만한 대접과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왕(신해철) 인터뷰 책도 냈더라. 이것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리운 마왕.. 표창원 의원과의 인터뷰 책도 눈이간다. 


인터뷰 기사를 보니 화이팅! 힘내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이 기분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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