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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날 Jan 06. 2021

2020년도 돌아보기

이런것이 인생의 변곡점일까

 2020년도는 나뿐만 아니라, 한국, 아니 전세계사람들에게도 기억에 남을 한해였을 것이다. '2020'이 주는 미래지향적이고 SF적인 느낌에도 불구하고, 2020년도는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그런 한 해였다. 코로나라는 전염병 창궐외에도 나에게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던, '변곡점' 같은 한해였달까.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기로 하였다.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던 한해였기에 21년도는 이보다는 더 생산적이고 활기차게 보내자는 다짐인지도 모르겠다.


1. 연애

아무래도 작년도 가장 큰 사건은 오랫동안 만나오던 한 사람과의 관계를 끝낸 것이다. 한때 평생을 함께하자는 다짐을 했던, 미래를 함께 그리던 사람과의 이별은 인생에 꽤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엔 '쾅'하고 다가오는 커다란 충격으로, 그 다음엔 요동치는 물결로, 그 다음엔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마음으로.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는데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렇게나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우리의 일상이 얽혀있었구나, 깨닫는 시간이었다. '분리불안'에 걸린 사람마냥 혼자있는 시간을 못견디고 불안해하며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기도하였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는 것인지 무언가를 미친듯이 사들이기도 하였다. 이제 그러한 폭풍은 지나갔지만 연말에 예상치 못한 그의 연락에 내 마음이 심하게 요동쳤던 것도 사실이다. 익숙함으로의 회귀에 대한 갈망이 불쑥, 강렬하게 찾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또한 모두 과거형이다. 2020년도에 정말로 나의 연애는 끝났다.


2. 진로

현 직장에서 일한지 2년하고도 10개월정도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직업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 하지 않고 그저 약간의 돈을 버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여기며 일을 해왔다. 그래서 크게 즐겁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았고,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나를 쫓아다녔기에 2020년도에 6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다른 무언가를 준비했었다. 퇴근후 3-4시간, 주말에 8시간 이상의 시간을 쏟으며 준비를 했었다. 퇴근하면 누워있기 바쁜 요즘의 나를 생각하면 어떻게했나싶지만,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싶다. 그러다 뜨거운 여름날 나의 연애와 함께 이 선택도 끝이 났다. 사실 준비를 하면서도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나 고민도 많았고,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기보단 그저 현생활의 도피처로서 생각했던 경향이 컸었다. 그래서 그런지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큰 미련없이 그만둘 수 있었고 오히려 후련했다. '변화하지않음'을 택하는 것이 나에게 큰 '변화'였다.


3. 업무의 변화

위의 결정을 하기가 무섭게 (일주일뒤였나) 마침 업무에도 변화가 있었다. 기존의 업무와는 아예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고, 다행히 나의 성향과도 잘맞는 일을 맡게 되었다. 초반에 적응하느라 바쁘게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위의 두 가지의 큰 변화를 감당하느라 벅찼을 것이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분들도 다 좋은 분들이시고 업무 자체도 큰 스트레스 없는 일이라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새마음 새뜻으로 화장도 좀 하고 다녔는데 역시 아침잠이 많은 나에겐 무리였고, 그래도 그나마 예쁜옷은 입고다니려고 노력중이다.


 이 모든게 2020년 같은달에 일어났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무탈하게 잘 버텨주고 적응한 내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큰 변곡점 덕분에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고 막연히 생각만 하던 것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도 다시 읽기 시작했고, 등산과 달리기도 시작했으며, (코로나때문에 미뤄졌지만) 탱고 수업도 등록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혼자'가 된 지금 무언가를 하고싶은 욕망과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


4. 변곡점 이후

 2020년도의 스스로에게 가장 기특한 점은 다시 글을 쓰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대때는 아무리 못해도 한달에 한권의 책은 읽었던 것 같은데 일을 시작하고나서는 책을 통 읽지 않았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의 패턴에 적응하느라 책을 읽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던 건지 책 한 권을 다 읽기가 힘들었다. 독서관련 모임을 나가게 되면서 읽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책도 사게 되고 다시금 취미로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몇 년만에 글을 다시 쓰게 되었다. 다이어리조차 잘 안 쓰던 내가 드디어 다시금 나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쾌감을 느끼게 되었다. 어떤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나는 그것을 글로 토해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었다. 내 몸에 그 감정을 담아둘 수 없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는 그것을 그냥 참고 억누르고 못본체하기 일수였다. 생각하지 않았고 고민하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보내는 느낌으로 살았다.

 그래도 요즘엔 다시 생각하는 것을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사실 그 동안은 이 직장을 그만두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하느라 지금의 일상에는 조금 소홀했다. 오늘의 내가 어떤 기분인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하고싶은지 들여다보는 것에 소홀했었다. 2020년에서야 비로소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다짐이 섰다. 1,2,3번의 커다란 변화가 있고난 후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2번의 시기를 겪고 나서 퇴근 후의 일상이 소중한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이 시간을 무엇을 하며 채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이것저것 하고싶은게 많았는데 이 전염병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아졌던 것 같아 아쉽긴하지만... 쨌든 2020년은 나에게 많은 눈물을 주기도 하였지만, 여러모로 의미있는 한 해였다.


잘가! Good Bye -

다시 보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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