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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케이 Sep 29. 2022

옷 입기가 어려운 이유.

아무도 안 가르쳐주기 때문에.

  얼마 전 지인과 대화를 하다 나온 이야기다. 평소 옷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으니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여, 옷이라도 한번 잘 입어보고 싶은데 어디 물어볼만한 데가 없다는 것이었다. 종종 듣는 이야기라 보통 괜찮은 숍을 추천해주고 지나갈 때가 많지만, 진지한 지인의 태도에 호기심이 자극되어 몇 가지 되물어 보았다.   


- 갑자기 옷이라도 잘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지?


 보통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여유가 있다면 잘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틱하게 옷을 한껏 차려 입어 누구에게든 멋지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어딘가에 작게나마 품고 있다. 여기에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클 것이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생존의 목적 인 결혼 상대를 만나야 하거나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도 있다.


- 그렇다면 옷을 꼭 잘 입어야 하는 건지? 잘 입는다는 건 어떤 건지?


 옷을 잘 입는다는 기준은 언제나 주관적이다. 때문에 옷을 잘 입는다는 것 자체도 매우 주관적이라 볼 수 있다. 질문의 요지는 이렇다. 답변을 들어야 한다기보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거기에 맞는 피드백을 해줄 수가 있다. 그리고 옷을 잘 입는다는 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끔 하려는 짖꿏은 질문이기도 하다. 옷을 잘 입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잘 입는다는 게 무엇인지 본질적인 고민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이태리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옷을 직접 고른다고 한다. 옷 잘 입는 남자들이 많은 일본이나 이태리 같은 나라에서는 농담처럼 옷을 못 입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옷 잘 입는 남자들이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선지 국내에서 옷은 잘 입어서 나쁠 게 없고, 득 보는 거 또 한 분명히 있다. 그럼 못 입어서 손해를 보는 건 있을까?

 먼저 옷을 못 입는다는 전제는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TPO에 어긋난 옷을 입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조금은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몇 가지 TPO에 어긋난 예를 들자면.


 - 회사의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동네 마실용 늘어난 운동복을 입고 간다면 상대 회사의 대표는 이 사람을 아니, 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 힘들게 얻은 이성과의 소개팅 장소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예약을 하고, 나시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난다면 처음 만난 상대방은 어떤 기분이 들까?


 - 절친 결혼식 사회를 봐주기로 했는데, 최신 유행 스타일인 빈티지한 밀리터리 야상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힘껏 힘을 주고 간다면 결혼식 분위기는 어땠을까?


 패션은 언제나 자유로운 영역이어야 하고, 개인의 취향이 담긴 스타일은 존중받아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자유로움 속에서도 지켜야 할 선 은 언제나 존재하며, 이에 대한 기준은 오롯이 각자의 시선으로 판단한다




 옷이 어려운 이유는 내가 입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말하지 않아도 '예의'와 '태도'가 단번에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상에 따라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분명히 존재하는 영역이다. 비즈니스 웨어라고 불리는 슈트는 대표적인 '격식'이라는 이미지가 들어가 있는 룩이다. 때문에 격식 있는 자리에 가야 한다면 슈트를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는데, 이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동안 봐왔던 우리의 기억 어느 한편에 저장되어 떠오르게 되는 것처럼, 이러한 보이지 않는 이미지는 우리가 모르는 곳곳에 존재한다.   

 

 사실 옷은 잘 입고 못 입고를 객관적으로 가름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사람 모두 생김새가 다른데 명확한 기준 자체를 만들 수가 없으며, 패션은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끝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이렇게 변화무쌍한데 어떠한 기준으로 잘 입고 못 입고를 가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사람이 아닌 상황을 기준으로 가름하는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TPO(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라는 살아감에 있어, 크게 변화지 않는 상황을 기준으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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