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궁상
조숙했다는 표현보다는 상상력이 뛰어났달까,
혹은 장난기가 많아서 웬만한 것들은 시시하다고 느꼈달까.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나는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았어
산타로 분장한 유치원 원장님이 도대체 내게 어떤 선물을
쥐어줄까 가 더 궁금했었어.
그런데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
난 세상 그 어떤 어린이들 보다도 간절하게
산타의 존재를 믿고 기다린다.
존재를 믿는다기 보다 정말 산타가 있었으면 좋겠어.
1년에 한 번 갖고 싶은 선물을 주는 것도 좋고
멀리서 찾아와서 함께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그동안 나를 지켜본 이야기를 하면서 올
해도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는 걸 듣고 싶어.
언젠간 선물이라며 자신의 오른손으로 내 머리나
가슴을 만져주면 모든 고민과 답답함이 사라지는
상상을 하기도 해.
신과 요정 사이의 그 어딘가에 딱 어울리는 존재
그래서 너무 부담되지도, 너무 유치하지도 않은
산타가 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