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궁상
슈퍼맨을 히어로물 중 최고로 꼽거나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아냐
다만 평소엔 찌질하다 말할 정도의 백치미를 갖고 있다가
적절한 상황에 셔츠를 찢으며 나타나는 그 부분을 지향해.
그래서 롤모델 아닌 롤모델이 되어버렸어
나는 매 순간 멋진 건 매력이 없더라고
아니 그보다 필요한 순간에 할 일을 제대로 해내는 모습이 매력이 큰 거겠지.
그렇다고 원래 멋진 모습을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니지
그냥 찌질해 나는.
겸손이나 자기 비하도 아니고 사실이야.
딱히 불만은 없지만 잘생긴 외모도 아니고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경주 최 씨 가문의 32대 장남이라는 이유로
보약을 먹고 소아비만으로 국민학교 생활을 시작해서
여전히 옷으로 몸을 가리고 다녀
성질은 더러운데 소심해서 스트레스를 스스로 만드는 타입이고
가진건 없는데 하고 싶은 건 많아서 고집만 세졌지.
그래서 질척이는 이별가사와 영화에 눈물짓고
뻔한 성공스토리에 나를 대입시켜 힘을 내기도 해
눈 오는 광화문 거리를 걸으며,
사람 북적한 홍대 거리를 걸으며
저 넓은 세상 속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 그림을 보여줄 날을 기다리며,
나의 행복하고 소중하고 소박하고 찌질한 하루하루의
모습을 나누고 공감하는 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큰 덩치를 비좁은 의자에 구겨 넣고는
구부정하고 바보 같은 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의 하루를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