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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May 03. 2019

에필로그

젊음의 궁상

많이 힘든 시간이었어.
힘들다 라는 말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내뱉으면 정말 그 모든 시간이 힘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이 빠져버릴까 절대 말하지 않는 나였는데

지난 수년간의 시간은 기존에 나름 굴곡을 겪어왔다 생각한 내 삶 중에서
가장 스펙터클하고 험난한 시간이었어. 욱하는 마음에 사고를 치거나 몸이 다치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며 소름 돋아할 만큼 그랬어.

생긴 것과 다르게 완벽주의자 적인 성향이 있는지, 아니면 강박증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트레스가 심해지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감싸고
계속해서 원인을 찾으려 했어. 내가 어떤 걸 잘못했을까, 어떤 면이 부족해서 실패했을까 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최대한 차분해지려 노력했지만

지난 시간 나의 모습은, 일찍이 팔자주름이 깊이 생길 만큼 웃고 유머러스하고 수다스러웠던
모습은 사라지고 악에 가득 찬 세상을 향한,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만 가득 찼어
외출을 했다 하면 몸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사람과 싸우기 일쑤였고 그런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고 당황하여
집에 돌아온 뒤 이유를 찾으려 발버둥 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쾡한 눈으로 날밤을 새우는 하루하루였어.

모든 감정을 그림으로 풀어내며 겨우 숨을 유지하던 그때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껏 내 인생을 버티게 해 준 팔 할은 열등감의 탈을 쓴 주체가 없는
복수심 같은 마음이어서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미 지칠 때로 지쳐있던 내게 두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어.
영화 속 사채업자의 대사처럼 나는 이미 마를 때로 말라버린 오징어 같은 나 자신을 더 쥐어짤 결심을 했어.
그리고 그때, 거짓말처럼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
이미 오래전부터 상처 받아 사람을 믿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켜준 그들은
정말 웃긴 표현이지만, 말라있던 오징어에 물을 주고 먹이를 주며 다시 탱글탱글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들어냈어.

완전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나, 오징어는
그렇게 지난 두 달 키보드를 끌어안고 살았어.
마치 영화 속 우수에 찬 눈빛으로 담배를 태우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서
열심히 글을 썼어.

잠시나마 부족한 아들, 오빠, 남자 친구로서의 나를 잊고 온전히 글에만 집중했어.
아니 그러려 노력했어.

이 글이 세상에 나올 때쯤 내 인생이 뒤바뀌거나 18년의 무명을 딛고 일어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있진 않겠지만, 나는 삼십 대의 중반을 맞이하는 새해에
긴 시간 하지 못한 내 이야기를 이제야 정리한 것 같은 기분에 홀가분해.

내가 겪을 앞으로의 시간들을 더 많이 공유하고 싶은 맘이야.
그림으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과.

감사하고 미안해
특별한 응원을 하거나 듣기 좋은 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십수 년의 시간을 지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준,
걸러지고 걸러져서 정말 내 사람들만 남은 그 소중한 사람들.

어떠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한 나 자신의 대처에
실망하고 혀를 차고 등 돌렸을 많은 사람들께도 나와 함께한 단 하루의 추억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내가 겪을 앞으로의 시간들을 더 많이 공유하고 싶은 맘이야.
그림으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과.
많이 힘든 시간이었어.
힘들다 라는 말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내뱉으면 정말 그 모든 시간이 힘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이 빠져버릴까 절대 말하지 않는 나였는데

지난 수년간의 시간은 기존에 나름 굴곡을 겪어왔다 생각한 내 삶 중에서
가장 스펙터클 하고 험난한 시간이었어. 욱하는 마음에 사고를 치거나 몸이 다치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며 소름 돋아할 만큼 그랬어.

생긴 것과 다르게 완벽주의자 적인 성향이 있는지, 아니면 강박증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트레스가 심해지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감싸고
계속해서 원인을 찾으려 했어. 내가 어떤 걸 잘못했을까, 어떤 면이 부족해서 실패했을까 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최대한 차분해지려 노력했지만

지난 시간 나의 모습은, 일찍이 팔자주름이 깊이 생길 만큼 웃고 유머러스하고 수다스러웠던
모습은 사라지고 악에 가득 찬 세상을 향한,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만 가득 찼어
외출을 했다 하면 몸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사람과 싸우기 일쑤였고 그런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고 당황하여
집에 돌아온 뒤 이유를 찾으려 발버둥 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쾡한 눈으로 날밤을 새우는 하루하루였어.

모든 감정을 그림으로 풀어내며 겨우 숨을 유지하던 그때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껏 내 인생을 버티게 해 준 팔 할은 열등감의 탈을 쓴 주체가 없는
복수심 같은 마음이어서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미 지칠 때로 지쳐있던 내게 두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어.
영화 속 사채업자의 대사처럼 나는 이미 마를 때로 말라버린 오징어 같은 나 자신을 더 쥐어짤 결심을 했어.
그리고 그때, 거짓말처럼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
이미 오래전부터 상처 받아 사람을 믿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켜준 그들은
정말 웃긴 표현이지만, 말라있던 오징어에 물을 주고 먹이를 주며 다시 탱글탱글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들어냈어.

완전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나, 오징어는
그렇게 지난 두 달 키보드를 끌어안고 살았어.
마치 영화 속 우수에 찬 눈빛으로 담배를 태우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서
열심히 글을 썼어.

잠시나마 부족한 아들, 오빠, 남자 친구로서의 나를 잊고 온전히 글에만 집중했어.
아니 그러려 노력했어.

이 글이 세상에 나올 때쯤 내 인생이 뒤바뀌거나 18년의 무명을 딛고 일어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있진 않겠지만, 나는 삼십 대의 중반을 맞이하는 새해에
긴 시간 하지 못한 내 이야기를 이제야 정리한 것 같은 기분에 홀가분해.

내가 겪을 앞으로의 시간들을 더 많이 공유하고 싶은 맘이야.
그림으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과.

감사하고 미안해
특별한 응원을 하거나 듣기 좋은 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십수 년의 시간을 지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준,
걸러지고 걸러져서 정말 내 사람들만 남은 그 소중한 사람들.

어떠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한 나 자신의 대처에
실망하고 혀를 차고 등 돌렸을 많은 사람들께도 나와 함께한 단 하루의 추억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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