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하는 지금도 오후 4시가 되면 어김없이 딴짓을 하고 싶어 진다. 출근을 했다면 헤드폰을 끼고 주변을 걷거나 동료와 간식을 먹으며 무료함과 출출함을 달랬을 시간이다.
슬슬 그 시간을 가져볼까 하고 고개를 부엌 쪽으로 돌렸다. 그때 처음 보는 듯한 조도와 온도의 빛이 식탁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집은 거실과 부엌의 구획이 확실히 나눠져 있어서 (두 공간 사이 높은 턱이 있고, 바닥 소재도 거실은 카펫, 부엌은 마루다) 비현실적 감각은 더했다.
거실에서 부엌쪽을 향할 때 있는 마주보는 두 벽이 오늘은 하나의 창처럼 느껴졌다. 지구상 어딘가 존재하는 다른 집을 보여주는 신비한 창 말이다. 오늘은 턱 너머로 파리의 오랜 아파트가 보였다.
어릴 때에도 이 시간의 빛을 보면 묘한 기분에 쌓였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한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아파트 계단과 계단 사이 창문을 통해 이렇게 따스하고 부드러운 환함이 앞집과 우리 집 사이를 꽉 채우고 있었다. 그 빛 가운데로 들어가면 차분하면서도 어린 나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나중에 배운 낱말 중 그 기분과 가까운 단어를 꼽으면 향수나 회귀 정도이려나.
낮과 밤을 연결하는 그 마법 같은 시간. 간식을 먹고 창밖을 보며 기지개를 켜고 일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기에 완벽한 시간이다 4시 40분이라는 시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