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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Apr 17. 2021

아주 사소한 칭찬 하나

새겨 듣는 마음

나는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안다. 언젠가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어떻게 그렇게 나와요?"

"디자인 잘하시는데요?"

"웹툰 그려도 되겠다."

"작가 하지 그래."
"그냥 스피치 강사 하지 그래요?"

"나도 어디 가서 상세 페이지 만드는 법 배우고 싶다"


이중 몇몇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칭찬은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튀어나온 입만큼이나 베베꼬인 말투였으니까.

자주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때때로 무심하게, 때때로 상처를 주며, 때때로 과한 관심을 받고서.


한 달을 넘게 수정하고 연습했던 PT를 끝마쳤을 때에도 내 앞엔 두 종류의 시선이 있었다.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휜 눈꼬리와 뭐 이렇게까지 하냐는 듯 질색하는 눈동자. 당연히 그러하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하는 일도, 나를 이해시키는 일도. 그래서 그냥 전부 다 새겨듣기로 했다.


'아, 이게 내가 잘하는 거구나'하고 받아들이면 참 편하다. 좋든 싫든 그 모든 피드백들이 나를 성장시킬 테니까. 




오늘은 내가 들었던 칭찬 중 하나인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0년 전 나는 문예 창작 전공에 디자인의 ㄷ자도 모르는 찐문과생이었다.  페이스북이 이제 막 급부상하며 글보다는 이미지, 영상 콘텐츠가 주목받던 시기였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툴을 배우고 싶었고 어떻게든 내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다. 방학을 틈타 알바를 해서 60만원을 내고 방송아카데미에 등록했다.


한 달 포토샵, 두 달 애프터 이펙트. 뭐가 뭔지도 모르게 흘러가버렸던 날들은 비단 내 능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다. 어렵기만한 예제를 미디어학과 학생들과 함께 들으며 자괴감 느꼈던 시간은 솔직히 말해 비효율적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20대 초반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다. 저런 기능 다 필요 없으니 단축키 몇개만 외우라고. 그냥 지금 당장 만들고 싶은 걸 어떻게든 만들어보라고. 여러번 시도하다보면 자연스레 깨닫는게 있을 거라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5년 동안 기업 SNS 홍보를 담당하며 2,500개의 콘텐츠를 디자인했다. 이 중 꽤 많은 콘텐츠가 온라인 상에서 히트됐다. 좋아요 만개, 댓글 천개, 동영상 조회수 수백만회...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게 되니 디자인에 흥미가 붙은 건 덤이었다.


카피를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알게 됐고 상품, 프로모션 상세 페이지나 광고 크리에이티브 만들기 또한 쉬워졌다. 이는 곧 매출로 이어졌다.

본업과 별개로 인스타툰 작가, 내 책 일러스트, 운 좋게 남의 회사 컬처 북을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최근에는 온라인 강의를 찍었는데 강의명은 마케터의 디자인 패키지다. 이름 그대로 디자인 강의다.


"디자인 잘하시는데요?"

 

인턴 시절, 이렇게 말해줬던 동료에게 감사할만큼 나는 이제 디자인을 곧잘 하는 마케터가 됐다. 그때 잘 하고 있다고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더라 아마 디자인에 흥미를 잃어버렸을지 몰랐을 텐데.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어쩌면 아주 사소한 칭찬 하나가 꽤 많은 것들을 바꾸는지도 모르겠다고. 단언컨대 잘 한다는 말은 가능성을 열어주는데 가장 쉽고 빠른 답안지다.


그러니 오늘 하루 주변에서 눈에 띄는 지점을 발견했다면 사소하게나마 그 사람에게 칭찬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아주 사소한 칭찬 하나가 생각보다 큰 나비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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