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르깔라
어둠 속에 하나씩 불 붙이는 세 개비 성냥
첫 개비는 너의 얼굴을 모두 보려고
둘째 개비는 너의 두 눈을 보려고
그리고 송두리째 어둠은
너를 내 품 안에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려고
<Love that dog> 샤론 크리치
티베트 음식에 빠졌다.
바르깔라에서도 망설임 없이 리틀 티베트로 향했다.
이층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아란차가 올라왔다.
어제 같이 야간 기차를 기다린 친구다. 반가웠다.
우리는 한 테이블에 앉아 브런치를 함께했다.
아란차는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왔다.
나는 테니스 선수 나달에 대해 물었다.
"나달은 마요르카에서 운동했어."
어렸을 때 나달보다 테니스를 잘 쳤다며 으스대는 남자들이 많다고 크게 웃었다.
마요르카 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아름다운 섬이라고. 꼭 와 봐야 한다고.
아란차는 마요르카 섬을 사랑했다.
나달이 초등학교 동창인 연인과 어깨동무를 하고
배 위에서 대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마요르카였을까?
마음이 맞았던 우리는 저녁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식당에 남아 바르깔라 절벽 드로잉을 했다.
더워서 오후 3시까지 밖에 나갈 수 없었다.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여행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한꺼번에 하고 있구나.
바닷가를 걷다 아란차와 또 만났다.
저녁 약속을 7시로 바꾸고 식당도 절벽 아래로 바꾸었다.
저녁 7시. 아란차가 소개한 해변 식당에 앉았다.
10분이 지나도 15분이 지나도 아란차가 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아란차가 지각할 사람이 아닌데.
아까 약속을 바꾸었는데 아니었나?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아, 아란차는 내가 식당을 못 찾을까 봐 리틀 티베트에서 기다릴지도 몰라.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당 지배인에게 말했다.
"스페인 친구가 오면 말해주세요. 이름은 아란차. 30분 후에 다시 오겠다고요."
그리곤 리틀 티베트로 달렸다.
해가 있을 때에는 몰랐는데, 길이 너무 어둡고 멀었다.
빨리 가려다가 길을 좀 헤맸고. 어두운 길을 더듬더듬 조심히 걸어야 했다.
땀을 흠뻑 흘리며 절벽 위 리틀 티베트에 도착.
매니저에게 아란차가 왔는지를 물었다.
그런데 여자 혼자 기다리는 손님이 없었단다.
너무 힘들다. 그 해변 식당으로 못 돌아가겠다.
아란차와는 이걸로 끝이구나. 메일을 보내야지.
쉬다가 음식을 시키려는데 아란차가 왔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온 거야?"
아란차가 말해주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지배인과 서빙 직원들이 모두 외쳤다고.
"당신이 아란차인가요? 친구가 기다리다 갔어요."
"그 친구를 데려오세요. 여기서 저녁을 먹어요."
해변 식당에 감사를. 하지만 지친 우리는 돌아가지 못했다.
리틀 티베트에 마주 앉아 파도 소리를 들었다.
사진도 찍고 해물 요리를 즐겼다.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아란차의 숙소는 절벽 아래라 깜깜한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미안하고 걱정이 되었다.
길 끝까지 배웅하다가 포옹하고 헤어졌다.
한밤에 떠나야 했다. 마두라이행 02:44 기차였다.
기차역까지 툭툭을 이용해야 하는데, 안전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툭툭과 미리 흥정해 두려고 했다. 그런데 툭툭들이 비싼 가격을 불렀다.
점심에 가보아도 저녁에 가보아도 같았다.
나중에는 나를 알아보고 모두 300루피로 담합했다.
숙소 주인에게 하소연했다.
주인이 툭툭을 불러주겠다고 한다. 200루피에. 삼 일 전 둘이서 50루피였건만.
역에는 털이 군데군데 빠져있는 개들 뿐이었다.
몸 여기저기를 긁으며 돌아다니고 있어 아는 척할 수 없었다.
승강장에 서니 히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두 명은 누워 있고, 한 명은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다.
기차 출발 직전 한 가족이 도착해 기차를 탔다.
오, 다행이다. 기차 시간에 맞추어 오기를 잘했다.
일찍 역에 나와 기차를 기다렸다면...
아무도 없는 어두운 역에 혼자 오도카니 앉아 기다렸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