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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묘 Oct 19. 2022

탄자부르에 가는 사람이 있을까?

인도 마두라이 + 탄자부로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마두라이 시내
마두라이 스리 미낙시 사원
마두라이 스리 미낙시 사원

골목에 들어서자 길 끝에 마두라이 스리 미낙시 사원이 보였다. 

우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탑의 한쪽 면만 보았을 뿐인데도. 

다가갈수록 부조들의 색과 동작들이 생생해졌다. 

싱가포르에서 처음 힌두 사원을 보았다. 

그 싱싱한 색과 매달린 듯 튀어나온 조각들의 생동감 때문에 몹시 놀랐다. 

재미있었고. 종교란 차분하고 고귀해 보이려 한다는 내 편견을 뒤엎었다. 

사원 내부 또한 웅장하고 화려했다. 

사면의 탑에는 우스꽝스러운 자세와 과장된 표정의 인물과 동물들로 빽빽했다. 

이상한 조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하나 목소리를 내며 바글거렸다. 

힌두 사원을 여기서 처음 만났다면. 나는 강렬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계단에 앉아 발을 쉬었다. 사원 연못을 바라보았다. 

탑 주위로 새가 날아올랐다. 좋았다.


체크 아웃을 하고 나서는데 지배인이 물었다. 

툭툭이 필요하냐고. 연결해주겠다고. 

장난하십니까? 역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3분인데.

남인도 간식 도사

탄자부로 도착 바로 직전까지 고민했다.

근사한 템플이 공짜고 다 쓰러져가는 궁전이 있기는 하지만. 

더럽고 시끄럽고 특색이 없었다.

탄자부로에는 저녁까지만 머무르리라.

일단 짐을 맡겨야 했다. 

이층 플랫폼에 있던 짐 보관소는 최악이었다. 

버려진 창고였다. 게다가 잠겨 있었고. 

어쩌지 헤매다가 역 입구에 있는 짐 보관소를 겨우 찾아내었다. 

돈을 조금 주고 짐을 맡겼다.

맡긴 짐 걱정을 하며 길을 나섰고. 


몹시 피곤했다. 더위를 피해 오래 앉아 쉴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식당은 모두 좁고 지저분해 보였다. 들어갈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 깔끔해 보이는 식당 발견. 

그러나 먹자마자 그릇을 치워 돈 계산을 해야 했다. 

빨리 나가야 되는 분위기. 커피 한 잔을 더 시켜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두 시간을 보내자는 계획은 무산. 

할 수 없이 나와 궁정에 가 보니 오후 3시까지 쉰다고 한다. 

근처 달콤한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테이블 세 개가 있는 가게였다. 

이곳 역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걸 싫어하는 듯. 

다른 곳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엄청 눈치가 보여도 그냥 앉아있었다. 

음료 한 잔을 더 시키고 또 시키고. 엎드려 졸았다. 

가방을 베고 조는데 어찌나 냄새가 나던지 가방과 모자를 빨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한 커플이 자리에 앉고 싶어 나를 깨우는 것 같았다. 

이 더위에 어딜 가라고. 모르는 척 그냥 졸았다. 

직원의 눈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오는 데 어찌나 크게 정리하던지.

가게를 나서고 보니 길에 늘어져 자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그들이 다 부러웠다.

나는 탄자부로에 왜 온 것이냐?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꽤 현대적으로 보이는 치킨집을 발견했다. 

에어컨이 있어 시원했다. 오래 앉아 있어도 편한 곳. 내가 정오에 그렇게 바라던 곳. 

아! 여기서 쉬고 3시쯤 궁전에 갔으면 좋았을 것을. 

엄한 가게에서 눈총 받으며 졸고, 미안해하며 계속 주문하느라 돈만 쓰고. 

너무 기쁜 나머지 치킨을 많이 시켰다. 

통통한 걸 많이 주었다. 맛있었다. 남기고 말았지만. 

탄자부르 브리하디슈와라 사원

거금을 들여 첸나이행 1등석을 끊었다. 

드디어 문을 잠글 수 있는 기차 칸에 타 보는구나.

그러나 1등석 웨이팅 룸은 잠겨 있었다. 불은 왜 켜 놓은 것이냐? 

2등석 웨이팅 룸에 갔다. 나 혼자 뿐이었다. 

아주머니가 청소 중이었고. 기다렸다가 씻었다. 

룸은 너무나 허름했다. 벽은 허물어져가고 있었고. 

구석에 있는 철제 의자 여섯 개 외에는 방이 텅 비어 있었다. 

약간 외져 있어 사람들의 왕래도 적었다. 

기차도 드물게 오고 있었고. 

혼자 덩그러니 앉아 책을 읽는데, 영 읽히지가 않았다. 

룸 입구 문을 닫으려니 덥고, 열어 두자니 두려웠다. 

3시간 넘게 남았는데. 누가 나쁜 맘먹고 들어와 괴롭히면 꼼짝없을 듯했다. 

아닌 척했지만 너무나 두려웠다.

열차를 기다리는 바쁜 사람들이 남의 물건에 손을 댈 리 없다. 

종교심이 깊고 채식주의자인 이 사람들이 나를 해코지할 리 없다. 

다짐해도, 그래도 어디에나 나쁜 일은 일어나는 법. 

사람 때문에 두렵고 혼자여서 두려우니 아이러니했다. 

이럴 때마다 오히려 단단하게 앉아 괜찮은 척한다. 

늘 그랬다. 두려울수록 아무 말 않기.

첸나이행 야간 기차를 기다렸다. 

교복을 입은 인도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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