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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묘 Oct 20. 2022

만난 지 두 시간
서로에게 기대어 깊은 잠에 빠졌다.

스리랑카 콜롬보 + 캔디

하지만 말하라, 비스듬하게-
성공은 빙빙 돌아가는 데에 있다.
<그림책 속으로> 이상희


12시 05분, 새벽 아니 오밤중에 스리랑카 콜롬보 입국.

싱가포르에서 콜롬보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 

비행기 안에서 3시간은 잔 거 같다. 공항에 도착해 4시간을 더 잤다. 

팔걸이가 있는 불편한 의자에 앉아, 짐을 실은 카트 위에 발을 올린 채. 

그 불편한 자세로 푹 깊이 내리 잤다. 

스스로 예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난 공항 체질이다. 편안한 숙소보다 공항에서 더 잘 잔다. 

일주일 전에도 그랬다. 자카르타 공항에서 새벽에 뜨는 족자 비행기를 기다렸다. 

공항의 밤은 쌀쌀했고 이동하는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동그란 기둥에 붙은 나무 의자에 잠시 누워 있자 했다. 

그러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지켜야 할 짐도 잊은 채. 옷을 껴입고 머플러를 다리에 덮고 잤다. 

콜롬보 공항은 작지만 안전하고 편안했다.


2층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카페라기보다는 간이매점이었다. 

커피와 티, 간단한 스낵을 팔았다.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질서 없이 흩어져 있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거기서 또 졸았다. 

테이블 맞은편. 일본어로 된 가이드북이 보였다.

눈을 들었다가 책 주인과 딱 마주쳤다. 

한눈에 서로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공항 노숙을 했다는 것. 새벽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동지의 이름은 아야. 캔디로 가려고 하는 것도 같았다. 

우리는 믿을 만한 서로에게 짐을 맡기고 한 명씩 화장실로 향했다. 

이를 닦고 간단히 씻고 머리를 빗었다. 

무엇보다 캔디까지의 이동 시간을 대비해 화장실이 필요했다.


나는 공항에서 캔디로 바로 가려고 기다렸다. 

아야는 공항에서 콜롬보 버스 터미널로 간 후, 거기서 캔디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다. 

공항에서 콜롬보 버스 터미널까지 한 시간. 

그것은 캔디에서 한 시간 멀어지는 것이었고, 총 두 시간이 더 드는 일이었다. 

버스비도 더 써야 했고. 아야는 나를 따라나섰다. 

공항에서 왼쪽으로 나오니 버스정류장이었다. 

택시, 오토릭샤, 버스 기사들이 말을 걸었다.

"새벽이라 노 버스. 노 버스. 택시를 타고 가야 해."

"어디 가, 캔디? 캔디에 가려면 무조건 콜롬보 버스 터미널로 가야 돼."

"내 버스를 타. 지금 출발할 거니까." 

다 물리치고 정류장 자갈길을 가로질러 맞닿은 도로에 섰을 때, 

아야는 맘이 변해 있었다. 

"콜롬보 버스 터미널로 가자."

도로는 깜깜했고 지나는 차도 없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30분.

"공항에서 캔디로 바로 갔다는 글을 보았어. 새벽 6시까지 기다려 보자." 

나도 자신이 없었다.

마침 길을 지나던 사람이 있어 얼른 다가갔다. 

"여기서 버스를 탈 수 있어요? 캔디, 캔디로 가는 버스요?" 

남자는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예스, 그런데 버스가 그냥 지나칠 수 있어요. 손을 흔들어 세워야 해요."

남자는 가지 않고 우리와 함께 버스를 기다려 주었다. 

"저 버스예요, 저걸 타면 돼요."

남자가 소리쳤다. 정말 버스가 왔다. 우리 셋은 크게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웠다. 

버스가 우리를 조금 지나쳐 섰다. 

나는 캐리어를 끌고 배낭은 짊어지고 뛰었다. 

버스에 오르기 전 기사에게 "캔디?"하고 물었다.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기쁨에 차 버스에 올랐다. 

아야와 나는 배낭을 옆에 앉히고 앞 뒤로 앉았다. 

창밖에서 남자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처음 만나는 스리랑카 길을 달렸다. 작은 마을들이 계속 스쳐 지나갔다. 

버스에 점점 사람이 가득해졌다. 탈 때에는 몇 사람 없었는데. 

우리는 짐이 의자를 차지하는 게 미안해져 기사 옆에 짐을 맡겼다. 

그리고 나란히 앉았다. 아야가 옆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나도 졸았다. 

만난 지 두 시간 만에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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