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첫 편을 그야말로 '쪼-올-딱' 망하고, 그래도 이대로 그만둘 수는 없다며 사무실에 나와 다음 아이템을 잡을 때였다. 점심시간이었고 다들 밖에 나가서 먹는 대신시켜서 먹기로 했다. 나도 김치말이 국수인지 김밥인지를 시켰다. 배달 음식이 왔고 팀장님과 막내들은 다 같이 회의실에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다른 팀 막내였는지 조연출이었는지, 누군가가 나에게도 같이 먹자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여기가 편하다고 했던 것 같다. 누구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같이 먹자고 말할 때 느껴지던 껄끄러움, 형식적인 말의 뉘앙스는 기억이 난다. 말은 하지만 진짜 같이 먹겠다고 하면 난감한데,라는 행간이 읽혔다.
그래서 팀 사람들과 팀장님은 회의실에서, 나는 혼자 사무실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다. 애써 덤덤한 척 김치말이 국수인지 김밥인지를 먹었지만, 그날의 수모와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