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50대. 인생에서 중간 항로라 부르는 나이다. 사람마다 중간 항로의 시기는 다르겠지만, 보통 40~50을 중간 항로라 칭한다. 중간지점이라는 뜻은 스포츠의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에 돌입하는 또 다른 출발선을 의미한다.
인생 전반에는 여러 제약으로 마음대로 살 수 없었다고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인생 후반은 전혀 다르다. 부모의 보살핌 아래 성인으로 클 때까지 버텨야 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하려고 여러 선택에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선택도 존재한다.
인생 후반은 그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 이런 시기에 스스로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정해준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
물론 목표와 삶의 목적이 분명하다고 해서 근심과 걱정, 불안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러나 희망이 보이면 미래를 꿈꿀 수 있어 힘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인생 후반을 준비하는 시점에 앞으로 살아갈 계획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은 어찌 보면 용기다. 한 가지만 남기고 아흔아홉 가지를 없애는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과감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현재에 집중하려면 방해 요소를 파악하고 제거해야 한다. <오십에 읽는 논어>에서 한 가지 사례가 등장한다. 미사가 진행되는 중간에 신부님의 강독이 있다.
신부님은 신도들에게 지옥에 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한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천국에 가고 싶은 분 손을 들어보라고 한다. 모두가 손을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을 건넨다. 지금 천국에 가고 싶은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말이다. 이 질문에 그 어떤 신도도 손을 들지 않았다. 신부님은 천국보다 지금 살아 있는 삶이 훨씬 더 소중하다며 현재의 삶을 강조한다.
지금 현재를 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인생의 전반전을 쉼 없이 달려온 40, 50대라면 한 번쯤 꼭 생각해 보고, 실제로 어떤 방식대로 살아갈지 스스로 계획하고 방향성을 정할 때가 아닐까 싶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발생한다면 책을 통해 통찰을 얻어 삶에 적용해 보자.
요즘 시대에는 과거와 다르게 오십은 되어야 세상에서 어느 정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라 말할 수 있을 듯싶다. 보통 30대 중반까지는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만 갈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는다. 업무에서 오는 고민과 걱정, 직장에서 겪는 여러 관계에 얽힌 갈등과 어려움으로 마음이 흔들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40대에 들어서면 챙겨야 할 진짜 문제가 하나 더 생긴다. 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타인에게 미움받는 시선도 큰 문제지만,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마음이 더 큰 문제다. 그래서 40대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임에 틀림없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마흔이 넘도록 짧지 않은 시간을 직장에서 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강점을 만들지 못했던 이유를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업무가 많아 늦게까지 일하느라, 집에서는 아이를 돌보느라, 피곤에 지친 몸을 회복하려고 평소에 부족한 수면을 채우느라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시간 없음이 좋은 핑계가 될 수는 있어도 그 핑계가 가치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래도 아직 50대 혹은 아직 50대가 되지 않았다면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오십이 다 가기 전에 퍼스널 브랜드를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 없는 인생이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업을 마치면 많은 사람이 일을 시작한다. 빠르거나 늦기는 해도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돈이 있으면 삶이 편안하기는 하겠지만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돈이 많다고 가정이 꼭 화목하지 않다. 물론 돈이 없으면 가정이 화목하게 되기가 더 어렵겠지만,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오래된 격언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안다. 행복에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수많은 포기와 희생이 따른다.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돈을 벌려면 보고 싶어도, 함께 있고 싶어도 회사에 더 오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가 1순위, 가족은 2순위, 그 외 나머지는 뒷전으로 미룬 채 나이 오십을 맞이한다.
저자는 오십이라는 나이에 공허함이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지만, 나는 비교적 빠른 40살에 찾아왔다. 아이가 5살이 되던 해(36살)에 돈과 가정의 균형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생기면 가족에 충실한 아빠가 되리라고 맹세했지만 현실은 생각대로 전혀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유치원에서 진행한 부모교육에서 고양의 순간을 맞이했고, 아내가 권한 심리 상담에서 양육 상태를 점검하고 가족과 시간을 더욱 보내야 함을 깨달았다. 특히 아빠를 무서워하고, 어색해하는 아이와 관계를 회복해야 했다.
아빠가 처음이라서 아이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했다. 그나마 유치원에서 함께 했던 '피터팬과 후크'라는 행사 덕분에 퇴근 후 항상 아이와 칼싸움을 하며 공유할 만한 추억을 쌓았다. 그 시간을 토대로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애착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5년이 지나자 아이와 관계가 회복되고 자연스럽게 아내와도 양육의 방향성이 일치해 정신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편안함을 추구했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 이후였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가족의 편안함을 이루었지만, 결국 '나의 꿈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빈껍데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균형이야말로 온전한 건강'이라고 정의했다. 건강의 적신호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사회적으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누군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나는 누군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는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에 '나'라는 답변은 없었다.
쉼 없이 달리면 먼저 도착할 줄 알았다.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 무언가를 꿈꾸고 할 수 있다는 확신 속에 앞만 보며 달렸다. 먼저 도착하면 더 많이 쉴 수 있고, 더 행복하고 즐겁고 여유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앞만 보고 달렸지만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원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지만, 되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허무하게 날아갈 것처럼 느껴졌다.
직장과 연봉이라는 사회적 압박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 커리어가 측면에서 안정적인 40~50대는 그야말로 기회라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오십, 이제 방향을 고민해 볼 시기다. 숨 막히게 달려온 경쟁의 시간, 속도를 줄이고 인생 후반의 목표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서른에는 길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길은 있으나 일관성이 없을 수도 있다. 길은 시작되었으나 계속 가야 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서른 희망이다. 시간을 이기는 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오십에는 불가능하지만 서른에는 가능한 게 바로 시간이다.
비록 서른보다는 시간이 늦었다고 생각하여 조급한 마음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오십에 조급하다는 건 그래도 희망이다. 오십에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정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조금은 숨통이 트인 시기와 20년이 넘게 쌓인 경험은 또 다른 축복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아직 불안하다면 지금의 경제 활동을 지속하면서 주말이나 여유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면 된다. 스스로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을 읽는 40~50대의 독서가 바로 인문학의 시작이다.
인생의 중간 항로에 서서 그간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면 잠깐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한다. 이때야말로 인문학의 힘이 필요하다. 역사, 문학, 철학, 고전의 도움이 필요할 때이다. 그러나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행동과 실천이 어렵지, 옳은 말은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십은 전략과 말이 아닌 전술과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목표를 선택하는 기술을 통해 미래의 강점을 선택하고, 강점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전술을 통해 실천해 가야 한다. 이제라도 자신의 전문성을 보다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보자.
마흔 살까지 책(만화책 제외)을 단 1권도 읽지 않았지만, 최근 4년 동안 직업과 전혀 다른 인문학 책을 매년 100권씩 읽고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습관처럼 나타나도록 학습하는 중이다. 이제 고작 4년 지났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궁금하다. 분명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 도서 : 오십에 읽는 논어
저자 : 최종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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