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로운달빛 Feb 05. 2024

시놉시스. 그들의 운명은 과연...

희곡쓰기 모임, 첫 만남.

어느새 아홉번째 기수를 진행중인 낭독극 프로젝트 <너도할래>. 중간중간 빠진 적도 있지만, 나도 벌써 여섯번째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들의 개성만큼이나 참여 이유도 다양하다. 나는 순도 100% 취미활동으로, 남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이 그저 재미있어서 참여한다. 물론 연습이 끝난 후 멤버들과 함께 연습실 근처 어둑한 전집에서 막걸리잔을 부딪혀가며 오가는 대화들, 실제 공연이 올라가기 직전의 컨트롤 불가한 긴장감, 공연 직후 커튼콜과 함께 몰려드는 쾌감도 내가 황금같은 토요일 저녁을 반납해가며 연극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들이다. 이런 나와는 달리 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혹은 삼고 싶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참여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냥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서 참여하고, 누군가는 연기보다는 그림을 만드는 연출을 하고 싶어서 참여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취미 활동들이 그렇듯,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조기 축구회도 꾸준히 하다보면 '구청장배 아마추어 축구 대회에 한번 나가봐?'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 생각이, 나를 비롯한 몇명의 <너도할래> 참여자들에게 '희곡 창작'으로 발현되었다. 우리는 여느 때처럼 연습을 마친 후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진짜 극작 모임 한번 해보자!"라며 마음을 모았고, 내친김에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카톡방을 만들어 어떻게 진행할지 의견을 모았다. 카톡방에 모인김에 얼굴보고 이야기 하자며 구글밋을 열어 온라인 모임을 하기에 이르렀다.


심히 창대할 끝을 기대하며, 이 미약한 시작을 함께하게 된 멤버는 나를 비롯하여 시니, 아란차, J, 당당 이렇게 다섯이다. 시니와 당당은 연출 경험이 있고, 나와 아란차, J는 희곡은 아니지만 글쓰기 경험이 있고, 우리 모두는 배우 경험이 있다. 


아! 모임의 한가지 특이한 점은, 모두 극작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 극작 선생님 대신에 Chatgpt를 선생님 겸, 3의 멤버로 모시기로 했다는 점이다. AI 전문가인 아란차, J 덕분이다. AI로 인해 헐리우드 작가들도 파업하는 시대, 역으로 AI를 활용하여 희곡을 써보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에서 Authentic의 끝에 서 있는 무대 연극을 올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모임은 의미 있지 않을까?


40분 남짓 온라인 미팅을 하며, 이 모임의 구체적인 아웃풋과 진행방식을 결정했다. '한번 해볼까?'로 시작했던 모임은 아래와 같은 프로젝트 모집글로 가닥이 잡혔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있어 보이는 프로젝트 느낌이 나는 것이 꽤나 흡족하다. 우리는 지금껏 낭독극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멤버들이 모여있는 오픈채팅방에 공지를 올려 함께할 인원을 모으기로 했다. "몇 명 정도 모을까?" "최대 열 명 정도 어때요?" "열 명이나 모일까?" "의외로 엄청 빨리 마감될지도 몰라요."라며 잔뜩 들뜬 채로 말이다.




<희곡쓰기모임 멤버 모집글>


(가칭) 너,희곡도쓸래? 프로젝트


챗gpt로 인해 헐리우드 작가들 파업하는 시대, 역으로 AI를 활용하여 희곡을 써보려는 프로젝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모집기간: ~2/7(수) 17:00

□ 모집인원 및 참여방법: 오픈채팅(https://open.kakao.com/o/gyIKY07f)으로 들어오는 선착순 10명

□ 프로젝트 소개

1. 목표: 약 12주간에 걸쳐 공동작품1개, 개인작품 1개 완성하기

2. 진행방식(수정 가능)

 - 주1회 구글meet 활용한 온라인 모임 약 1시간

 - 총12회 모임 중 3회 정도 오프라인 2-3시간 모임 예정

- 개인작품: 길이/등장인물/주제 제한없음. 

- 공동작품: 한 작품을 Google docs 활용하여 함께 써보기.

- 공동작품과 개인작품에 들이는 에너지는 재량껏.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는 자율적. 

- 전체 온/오프라인 모임 시,

 1) 공동작품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

 2) 개인작품에 대한 진행상황 공유 및 서로 응원해주고 감상평 나누기 위주로 시간 보낼 예정.

- ChatGPT 활용여부=선택사항. 단, 유료버전 이용시 월 20달러정도 개인부담. 

□ 인원 모집 완료 후, 오픈채팅방에서 첫 오프라인모임(오리엔테이션) 장소 및 일정 상의 후 결정. OT 때 아란차님의 ChatGPT강의 포함 예정.




다음날, 시니가 공지글을 올렸다. 몇 명이나 신청할지 두근두근한 것도 잠시. 10분만에 선착순 마감이 완료되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비주류 문학 장르라고도 할 수 있는 희곡에, 이렇게 관심과 열정을 쏟는 사람들이 많았다니. 앞으로가 기대되는 기분좋은 시작이었다. 아쉽게 선착순 안에 들지 못했지만 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신 분들까지 총 14명이 모였다. 전문가 하나 없이 열정만으로 냅다 저지른 모임. 막상 사람들이 모이니 약간의 부담감과 긴장감, 말 꺼낸자의 책임감이 실뭉치처럼 엉킨다.




P.S.

"12주 모임이니까, 대략 3주차에 시놉시스 완성, 6주차 트리트먼트 완성, 12주차 탈고. 이렇게 가면 되지 않을까요?"

"원래 시놉시스는 점 세개로 끝나는거 아닌가요?

"?"

"과연..."


온라인 미팅을 하며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를 빌어, <희곡쓰기모임>이라는 작품의 시놉시스는 일단 이렇게 일단락을 해보려한다.


'희곡쓰기 모임, 그들의 운명은 과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