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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May 13. 2023

02. 메모_잊기 위해 적습니다

플래너를 쓰는 이유, 메모와 시간관리

플래너 쓰는데 단계가 있을까요?


19년간 플래너를 사용한 것을 연도별로 구분한다면, 이런 식으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플래너=메모(Memo) / 1~2년

플래너=시간관리(Time Management) / 3~5년

플래너=인생기록(Life Plan) / 6~15년

플래너=자신(Me!) / 15~19년

플래너=아이디어 창고, 생산도구 / 미래


사실 느낌대로 구분했지만, 이게 정답은 아니에요.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쓰는 목적에 따라 순서가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그냥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의 나는 이런 미래를 상상하며 플래너를 쓰지는 않았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이런 느낌으로 발전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지나온 길은 조금 더 쉽게 그리고 아름답게만 느껴집니다.


비싼 메모장

친구 따라서 비싼 플래너를 샀지만, 사실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습니다. 방법을 모르니 그냥 비싼 메모장으로 사용했죠. 플래너마다 다른데, 프랭클린 플래너는 스타터세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름 그래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래너 세트인데요. 스타터세트를 사면 비기너팩이 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 비기너팩

가치, 사명 등을 적을 수 있는 개인관리속지부터, 주간계획을 적을 수 있는 위클리 컴파스, 여분의 노트까지 포함되어 있는 구성인데요. 그 당시 학생이었던 저는 (그때는 존재하지도 않던 말이었지만) 가성비를 생각했습니다. 플래너는 기록을 하기 위한 도구이니, 당장에 꼭 필요한 바인더와 속지만 샀습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스타터세트를 샀어야 했는데 말이죠.


쓰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 쓰다 보니 자연스레 비싼 메모장이 되었습니다. 혹시 플래너나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 플래너 쓰는 법이나 메모하는 법에 대한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도 대부분 없을 듯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일단 메모는 꾸준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데요. 처음에 배우지 못했더라도 꾸준히 쓰는 노력은 있었기에 조금 늦었지만 그 방법을 깨닫고 있습니다. 일단 쓰는 게 중요하고, 가능하다면 조금 더 돈을 투자해서 강의를 듣거나 관련 책을 사서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 당장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처음에 방향을 아는 것은 참 중요해요. 깨달음은 늦게 얻기 때문에 더 값진 걸까요;)


메모를 하는 목적

저는 잊기 위해 적습니다. 물론 기억하기 위해 적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잊기 위해 적는 이유를 말해볼게요. 브런치를 쓰기 시작한 초창기에 비슷한 글을 적은 기억이 있는데요. 2년이 지나 다시 적어봅니다.


메모라면 당연히 기억하기 위해 적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죠. 물론 기억을 위한 메모도 날마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없다면 잊기 위해 적는 것이 필요해요. 우리의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어릴 적 저는 갖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었고, 생각도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노트 정리는 가능하면 꼼꼼하고 아름답게 적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약간의 수집벽도 있었던 지라 무언가에 하나에 꽂히면 계속해서 사모았습니다. 그 당시에 유행했던 HI-TEC-C 볼펜은 색깔별로 사서 모았고(결국 다쓰지 못하고 버렸던 기억이), 서랍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샤프가 가득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수집 행위일지도 모르겠네요.

머릿속엔 생각도 가득했습니다. 그 고민을 덜어내기 위해,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적기 시작한 것이 메모였을 수도 있겠네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작은 수첩노트에 꿈과 공부계획을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는 매일 수첩부터 찾았습니다. 그리고 위에 보이는 색상별 볼펜으로 나름 감성적으로 적었죠.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있는 내용들을 적고 나면 불안감이 줄었습니다. 플래너를 쓸 때도 비슷했어요. 하루를 시작할 때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각과 할 일을 플래너에 그냥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적었는데요. 나중에는 고민이 되는 일이나 복잡한 일은 플래너에 적은 다음에 다시 플래너를 펼쳐볼 때까지는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할 수 있었죠.


주변에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가족, 일, 독서, 글쓰기, 다양한 프로젝트“ 이 많은 것을 해내는 방법이 있냐고 말이죠. 그럴 때는 그저 웃고만 지나갔는데요. 오늘 글을 쓰면서 확실해졌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이유는 플래너 덕분입니다. 특히 메모하고 잊어버리는 습관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인생은 모든 것을 기억하기엔 너무 짧으니까요. 일단 적으세요. 그리고 잠시 잊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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