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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May 22. 2023

03.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면, 얼마를 내시겠습니까?

기록_기억하기 위해 적습니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면

한동안 서울대 도서관 대출도서 1위였던 <총 균 쇠>를 읽기를 3번째 도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대출도서 1위였던 이유는 (다 읽지 못하고) 반납과 대여를 반복한 이유이지 않을까 조심히 추측해 보면서요. <총 균 쇠>에서는 호모사피엔스에서 시작한 인류가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서로 다른 문화를 만들고, 그 결과 특정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결과까지 가져오게 된 흥미로운 이유를 무려 760쪽의 글로 이야기합니다.


<총 균 쇠>의 작가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책을 쓰게 된 계기를 프롤로그에서 말하는데요. 바로 뉴기니 원주민의 이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총 균 쇠> 프롤로그 15쪽.


질문에 답을 위해 작가는 아주 긴 글을 적었죠. 그리고 그 글은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어 대출도서 1위도 하고, 사람들이 도전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뉴기니 원주민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문장으로 하면 이렇습니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이토록 유명한 <총 균 쇠>도 다양한 반론이 존재합니다. 수 만년 전의 일이며, 완벽한 기록이 아닌 현재까지 존재하는 제한된 증거들로 과거를 추측해야 하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죠. 많은 시간을 거쳐 지금까지 왔으나, 기록은 한정적이기에 과거가 더 궁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어린 시절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수 만년 전의 인류의 역사를 추측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일단 우리의 어린 시절 기억이라도 되살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면 언제로 가시겠습니까? 단, 미래는 불가능하고 과거로만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로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보통 우리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초등학교 5, 6학년부터이니까요. 그보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 시절의 나를 보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이 질문을 들으면서 혼자서 이런 생각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저장할 수 있다면, 얼마의 돈을 투자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백만 원? 천만 원? 그 이상도 가능할까요. 오늘은 제가 그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사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불가능합니다. 지금부터 저장하는 현재만 앞으로 기억할 수 있어요. 내가 노력하는 만큼만 기억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겠습니다.


응답하라! 5년 전 내 기억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023년 5월 22일입니다. 혹시 5년 전인 2018년 5월 22일에 무엇을 했는지, 어떤 중요한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 있나요? 잘 한번 생각해 보세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혹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믿고 의지하며 항상 함께하는 휴대폰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메모장, 사진 등이 생각나실 텐데요. 그걸 조합해서 5년 전의 기억을 살려내는 방법도 있지만, 물론 쉽지 않습니다. 이미 5년 전 디지털 메모는 몇 년 전에 휴대폰을 바꾸면서 사라졌어요. 혹시나 휴대폰을 잊어버렸다면 소중한 사진까지도 날아갔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는 기억력이 뛰어난 셜록과 그보다 뛰어난 악당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여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요. 바로 '기억의 궁전'을 가지고 있던 악당 매그너슨입니다. 그는 머릿속에 거대한 도서관 수준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 능력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릅니다. 셜록처럼, 그리고 악당 매그너슨처럼 머릿속의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평범한 인간인 저는 거대한 기억의 궁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 시각정보
2. 포인트 간 구분이 확실해야 한다 : 고유의 특징과 기능
3. 순서와 위치 감이 확실해야 한다 : 순서와 위치 그대로 기억
<실수연발 건망증 투성이는 어떻게 기억력 천재가 됐을까?>, 조신영


모든 플래너에는 달력처럼 월간 계획을 적는 공간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공간을 그저 식사약속이나 업무의 처리기한을 적는 데 사용하죠. 이 한 장의 공간이 바로 '기억의 궁전'으로 갈 수 있는 골든키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가로 2cm, 세로 3cm의 공간에 그날 하루를 정리하면서 꼭 기억하고 싶은 것을 적습니다. 한 단어, 짧은 문장도 좋습니다. 단어와 문장으로 부족하다면 조금 더 긴 글로 자세하게 적어도 좋습니다. 세부적일수록 기억을 되살려 내기는 좋으니까요.


이렇게 적은 오늘의 기록이 미래에는 분명 나만의 기억이 궁전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5년, 10년이 지나서 말이죠. 그 살려낸 기억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요. 오늘부터 하루를 정리하며 한 단어만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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