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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짝 Jun 16. 2021

Day 3|반짝이는 것들로 충전하기.

드디어 수요일 밤이다. 왜 아직도 수요일? 할 때 그 수요일, 와 수요일 너무 피곤하다- 할 때 그 수요일.

그래도 오늘은 하늘이 멋진 날이었다. 하늘이 멋진 날엔 잘 풀리는 거 없이도 신이 난다.

SNS에 하늘 사진과 함께 오늘 날씨 진짜 짱! 같은 글들이 잔뜩 올라오는 걸 보면,  나만 그런 건 아닐 테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나서는 날씨가 인간의 기분에 미치는 영향이 한층 더 강력해진 것만 같다.

오늘 같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확실히 드물어졌기에.


마침 재택근무까지... 호호호.


덕분에 오늘 하루 내내 사뿐한 마음과 다정한 눈빛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하늘 말고도 도움을 준 게 있다면 이런 것들이다.


1. 빨래한 옷들이 섬유유연제 냄새를 풍기며 햇빛에 말라가는 냄새

2. 식물 친구들에게 물 주는 시간

3. 분리수거 클리어

3. 바람 부는 저녁 회복 러닝

4. 나태한 시야를 깨워주는 책 속 구절

쇠똥구리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알까? 얼굴을 숙인 상태에서 거대한 공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도 쇠똥구리는 여전히 절묘하게 방향 감각을 잃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쇠똥구리가 하늘을 지도로 삼아 위치와 방향을 감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쇠똥구리를 관찰해 보면 자주 공 위로 기어 올라가서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꽤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인데,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마음속으로 360도 파노라마 하늘 사진을 찍는 것이다. (...) 자그마한 이 지구 생명체는 머나먼 은하를 나침반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다표범과 돌고래는 우리의 수신호를 이해하고, 개와 코끼리는 우리의 말소리를 이해하고, 오랑우탄은 심지어 아이패드를 사용하여 우리와 소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동물들의 언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우리는 현실의 더 큰 그림을 지각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의 감각을 믿을 수 없다. (...) 우리의 맨눈과 상식은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고, 주위의 세상과 따로 떨어진 별개의 존재이고, 다른 모든 생명체보다 우월하다고 믿도록 한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교정용 렌즈로 보면 이런 세 가지 가정 모두 뒤엎어질 수 있다. 

[리얼리티 버블, 지야 통] 중


5. 오늘도 요리

메뉴는 참외 샐러드와 야채구이. 올리브유 둘러서 에프에 구우면 야채 맛의 풍미가.. 장난 아니다. 그리고 참외 샐러드는 요즘 맛 들린 여름의 별미!


역시 내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건 대단한 비전이나 갈망보다는 사사로운 일상의 일들이다. 

하루하루 부지런히 HP를 충전해놓았다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할 때 저력을 발휘하고야 말 테다. 

그 대단한 일도 우주적으로는 엔트로피 증가에 지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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