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일월 첫째주 -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턴하기

우당탕탕 출국기 

2023 일월 첫째주 (1/52)

1.1. 생일축하도 선물도 듬뿍 받은 새해 첫날이었다� 일기를 보니 2023이라는 숫자가 발랄해서 좋다고 썼네! 조용히 동네 카페에서 마신 새해 첫 아이스라떼와 갖은 축하에 기뻤던 생일。저녁에 지수가 사준 케잌을 손에 달랑거리며 들고 집에 올라오며 마무리한 새해 첫날이었다。

1.2. 오랜만에 재환과 만나 커피 마신 날。이현이 못나와 완전체가 되지 못해 아쉬웠다。도쿄에서도 멋진 직장인이 된 이현을 보고 감탄했는데(이현 : 맛있는 거 사주면 멋진 직장인 선배인 거야? 나 : 당연하지....) 재환 역시 간만에 만나도 여전히 혼자만 갓생사는 어른이었다。북경대에서 같이 놀러다닌 거 진짜 엊그제 같은데 왜 나 빼고 다들 자리잡은 사회인들이람 나도 본받을래

1.3. 

오전 8시 52분, 휴대폰 벨소리

⁃ 김연주씨 되시죠?

⁃ .....네......?... 어디신가요....

⁃ 주한오스트리아 대사관입니다.

⁃ 아....아 네? 

⁃ 외교부로부터 공문 도착했는데, 서류 준비 다 되셨으면 오늘 올 수 있으신가요?

⁃ 네...? 네? 아 네 잠시만요..... 아 여보세요, 네네, 어 네... 어 네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준비 전혀 안됨 - 출국 언제 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비행기표를 끊고 숙소를 구해둬.....) 몇 시에 가면 되죠?

⁃ 열시반, 최소 열한시에는 오셔야 해요.

⁃ 네????? 아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 길로 일어나서 정말 한 시간 안에 ①비행기표 끊고 ②보험 들고 ③영문 서류 발급하고 (와중에 온라인 발급이 처리가 안되길래 주민센터 전화했더니 하필 그때 시스템이 다운되었다고.... 다행히 금방 복구해 처리해주심) ④여권과 사진, 기타 온갖 서류를 방을 뒤엎어가며 찾고 인쇄한 후 ⑤택시를 잡아타고 ⑥어지러워하며 택시에서 비자 발급 서류를 수기로 작성하고 ⑦사진이 규정에 안 맞다길래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뛰쳐가 근처 사진관에서 가지고 있던 사진파일 인화를 해왔다。그리고 그렇게 전화가 온지 세시간 뒤 내 손엔 드디어 비자가 담긴 여권이 들렸다？

그 길로 오후에 바로 ⑧광화문 직장인 친구에게 점심을 얻어먹고 ⑨국제학생증을 만들고 ⑩다이소에서 필요한 자잘한 물건들 사고 ⑪출근에 필요한 옷 사고 ⑫스페어 안경 맞추고 ⑬캐리어를 꺼내 거실에 펼쳐두고 ⑭집 계약을 위한 연락을 하고 ⑮ 환전 신청을 했더니 밤 11시였다...   

그리고 그렇게 나흘 뒤 출국함 다시 생각해도 믿기지가 않음

1.7 - 8

솔직히 고백하건대, 막상 정말 출국을 하려니 두려웠다. 비자를 받자마자 짐만 챙겨서 바로 출국이라니, 마음의 준비를 할 새가 없어도 너무도 없었다. 나 독일어도 한 마디도 못하는데?  오스트리아 빈은 커녕 유럽 전역에 아는 사람도 한 명도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핸드폰이 안되면? 다치거나 아프면? 범죄의 대상이 되면? 설렘에 가득차기는 커녕 얼떨떨한 상태로 갑자기 떠밀려가듯 출국할 준비를 하니 이때는 정말 이게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긴장이 잔뜩 되었다. 장난치듯 나 살아 돌아올 수 있겠지?라고 친구들에게 말했지만 진심이었다 이말이야,,,

에미레이트 항공이라 두바이 경유였고 두바이 공항은 생각보다 작고 쾨니페는 없었고 대추야자 말린 것 안에 견과류랑 마른 과일 넣은 것 사서 사무실 가져가서 현재 잘 나눠먹는 중 그리고 18시간 비행은 진짜 너무나 힘들었다..... 경유라 한 번 다리 쭉 펴고 괜찮기는 무슨 직항이 왜 더 비싼지 이제야 알게 되었고 스페인 여행 갔던 스물두살의 몸과 스물여섯의 몸이 이렇게 차이가 날 일인가 싶었음 비행기에서 볼 책이랑 자료 가지고 탔는데 영화도 단 한 편도 못 보고 힘들어 자다 깨다 간신히 저장해둔 유튜브 조금 보고 기내식 먹고 이랬다 실시간으로 몸이 축나는 것 느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