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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u Kumar Kim Jun 24. 2020

고군분투 상사맨 인도 생활기

잠이 오지 않는 이른 새벽에 하는 일

10시쯤 침대에 누웠는데 잠을 뒤척이다가 눈을 뜨니 새벽 3시가 조금 넘었었다.

깊은 숙면을 취하지 않았으니 1-2시간 더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눈을 다시 감았는데 1시간을 못 참고 눈을 떴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 날은 2가지다.
고민이 너무 많거나, 꼭 해야 될 일이 있거나
그런데 오늘은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꼭 해야 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고민이 너무 많아 잠을 잘 수 없는 상황도 아니었다.

의식적으로 잠을 자려고 했으나 도통 잠이 오지 않아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왜 잠이 오지 않지?'에 대한 고민을 잠시 동안 하다 조금 이른 아침을 만들어 먹기로 하였다.

(그나저나, 문득 드는 생각이 저녁 식사 이후 먹는 음식에 "야식 먹자" "배달시키자"라고 하는데 아침보다는 이른 새벽 3-4시경 먹는 식사를 뭐라고 칭하는지? 말 그대로 "이른 아침 먹자"라는 말이 끝인가? 혹시 이를 지칭하는 신조어나 재밌는 표현이 없다면 근사한 이름 하나 짓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따다딱" 가스 불 켜는 소리와 함께 프라이팬에 버터 한 덩이를 떨어뜨리고 근처 한인 베이커리에서 1달 전쯤 구매하여 냉동고에 보관 중이던 빵 두 개를 집어 하나씩 반으로 자른다.

오늘은 조금 성의 있게 잘랐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겠지" 혼잣말을 속삭이며 아직 입에 넣지도 않은 빵을 한 손으로 먹을까 두 손으로 먹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오늘따라 짧은 아침 요리시간이 즐겁다.

프라이팬에는 지구온난화로 빙하 왜 녹는지 설명이라도 하듯, 팬이 서서히 달궈짐과 동시에 팬 가장자리에 올려져 있던 버터가 좌우로 서서히 움직이며 한층 두층 녹기 시작한다. 녹은 버터가 팬에 더 눌어붙기 전 빵 앞뒤를 급히 범벅한다. 버터에 빵을 묻히며 손에 닿은 빵의 감촉이 따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손가락에 버터가 묻은 것을 보고 이내 싱크대 물을 틀고 손을 씻는다.

풍덩 빠진 느낌이 들 만큼 빵에 버터를 발랐으면 좋겠지만 건강 생각도 하며 후라아팬 옆 가생이에 모여있는 버터들은 이만 무시하기로 한다.


노릇하게 익은 빵을 그릇에 옮겨 담고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로 무채색의 동그라미 하나 그린 뒤 미리 꺼내 둔 계란을 깨어 프라이팬에 올렸더니 아까의 남은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더 뜨거워져서 인지 '치지지직' 소리와 함께 계란이 금세 익는다.

흰자의 바깥 부분부터 서서히 익더니, 노을 지듯 색깔이 노랗게 바뀐다.

곧 해가 뜰 예정이고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2번의 아침을 맞이하는 느낌으로 계란의 익힘은 '써니 사이드 업'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노른자를 다 익히지 않고 가스 불을 껐다.

식사 준비를 마치고 문득 드는 생각이 앞으로 아침을 1-2시간 더 일찍 일어나면 다른 사람의 하루아침을 나는 2번 사는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지 다짐하며 아침상에 앉았다.

아참, 중간에 커피를 만들었는데 인스턴트 맥심 커피라 만드는 과정은 생략한다.

나는 언제쯤 필터 커피를 마시며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커피는 역시 맥심이지!라며 자위한다.)

자 이제 먹어볼까 하며 빵과 빵 사이에 계란을 넣고 한 입 베어 먹으려는데 치즈를 깜빡했다.

갈라져버린 빵과 빵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치즈 한 장을 넣고 계란을 올린 뒤 두 입 연속으로 베어 물었다.

오늘따라 식성이 좋은 것인지 사료를 주면 잘근잘근 씹어 먹던 우리 집 강아지 짱돌이 고기만 주면 씹지도 않고 급히 삼키듯 한 입하고 0.5초도 되지 않아 두 번째 입을 댄다.

금세 아침을 다 먹고 커피를 들고 음악을 틀었다.

한국의 포크 메탈 밴드인 잠비나이의 '소멸의 시간'이라는 곡을 듣는다.

하드코어 하면서도 서정적인데 중반부에 나오는 해금소리로 음악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한국적인 밴드라고 해야 될지, 어떻게 칭해야 될지 모르겠으나 심장박동 소리 비슷한 후반부의 두둥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느덧 해가 밝았다.

<사진 - 잠비나이 밴드 '소멸의 시간'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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