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경 Jul 18. 2024

좋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

기다린다고 오지 않습니다

당신의 따스함과 나의 성실함을 바꾸고
나의 유머와 당신의 학식을 교환하고
당신의 땀과 노력의 반 나의 땀과 노력의 반을 더해
우리가 함께할 집을 꾸리는 것

결혼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나라면 나와 결혼을 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십 대 후반과 서른 초반 사이에 인생의 갈림길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결혼.


장기연애를 하던 친구들이 결혼을 앞에 두고 뜻이 맞지 않아 헤어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전 남자친구와 둘 다 비혼주주의 이지만 5년 넘게 연애를 이어갔다. 그렇지만 결혼을 놓고 보지 않더라도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연애와 동시에 입사했던 회사와도 이별하고 파리로 떠났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나는 그러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쓸쓸했을 그녀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친구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잘 알지만 나도 내 일에 바빠 옆에서 응원해주지 못한 게 줄곧 미안했다.


최근에는 동료로 같이 일하던 내 또래 팀원이 퇴사 후 캐나다로 떠난다는 소식에 놀랐다. 사내 러닝 동호회 회장을 할 정도로 회사와 일에 애정이 많던 분이라 장기 근속할 줄 알았는데, 그녀 역시 5년 이상 만나던 남자친구와 결혼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이별하고 퇴사와 함께 혼자 해외로 떠나게 되었다.


나는 그녀들처럼 5년까지 긴 장기연애를 해본 적도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는 일찍 결혼하는 친구들이 점점 부러웠다. 게다가 나와 동갑인 외사촌의 결혼 소식으로 우리 부모님도 이제는 결혼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지면서 압박감이 들기도 했다.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랑, 남자친구를 만나기 직전 오히려 결혼과 전혀 다른 선택을 했었다.


조건이 좋은 사람을 소개받아 연애를 시작했지만,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헤어졌다.


요가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3개월 동안 주말을 반납해야 하는 요가 자격증 과정(TTC)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추석 연휴에 홀로 발리를 가겠다고 티켓을 끊고, 혼자만의 시간을 아주 마음껏 즐기기로 결심했다.


혼자 보내는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과 답을 했다. 그중 스스로를 객관화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질문은 나라면 내가 나와 결혼할까 라는 질문이었다.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았다.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는 게 애인을 만나는 것보다 좋을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어 평일 출근 전에도 달리고,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달리고 추운 겨울 영하 20도에도 달렸다. 주말에는 15KM 이상 달리는 게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던 일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았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소중해서 남자친구와 브런치를 먹으러 간다던지 하는 주말의 데이트 보다 그림에 빠지는 그 순간이 더 좋았다. 미술학원에서 수강생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리고 혼자 쉬는 시간도 중요했다. 그렇게 나는 연애하기에 힘든 사람이었다.



결혼을 약속하게 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니 그 모든 것들 보다 남자친구가 더 좋았다는 말이 아니다. 인과관계가 다르다. 그 모든 걸 포기해도 좋을 만큼 사랑할 준비가 되니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연애하면서 싸울 일이 잘  없고 싸우더라도 금방 서로 져주고 화해하게 된다. 이전에는 내 삶의 발전과 같은 개인적인 활동에 집중해서 시간을 썼다면 지금은 내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쪽으로 시간을 보낸다.


삶의 발전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성이다. 집밥을 먹으면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자 요리를 하는 데 시간을 사용하고, 요가를 더 증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정도로 수련하고자 새벽 수련을 하고, 가족들과 하나님께 함께 예배드리고자 일요일 오전을 보낸다. 이 시간을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다.


억지로 하는 마음이 아니라 정말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너무나 행복하다.


나 스스로가 결혼해도 좋을 만큼 편안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안정감을 가졌을 때, 비로소 좋은 사람을 만난다. 기다린다고 좋은 사람이 오지 않는다. 그동안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와 나의 마음이 따로가 아니라 합쳐져 더 완전해지는 것. 그래서 마음 편하게 인생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게 결혼이다.

작가의 이전글 선순환에 필요한 좋은 시작부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