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책불혹 Jul 09. 2023

너의 키와 몸무게로는 너의 엉덩이 크기는 알 수 없다.

An outlook on the world

온라인 쇼핑몰의 대유행이 지나고 이제는 쇼핑몰도 개인이 운영하기보다 무신사, 페플, 하이버 등의 편집숍에서 플랫폼을 주고 그 안에 입점해서 백화점처럼 여러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경쟁한다. 개별적인 사이트를 하나하나 찾아가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페이지 안에서 여러 브랜드를 놓고 비교분석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 엄청 편리하다. 

20대 때 쇼핑몰에서 일한 적이 있다. 콜센터였고 전화도 받으면서 게시판 질문들에 답변도 함께 하는 일이었다. 일을 해봤거나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했던 질문이라 잘 알겠지만, 질문의 9할 이상은 사이즈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 속에 단서라는 건 보통 자신들의 키와 몸무게를 알려주는 것에 그친다. 


쇼핑몰에 필수로 등장하는 '실측사이즈' 예시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각 옷마다의 실측사이즈를 올려두었는데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사이즈를 재는 일보다 키와 몸무게를 알려주고 쇼핑몰 직원에게 안내를 받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착각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생각해 봐라 너의 키와 몸무게를 알아도 너의 허리와 엉덩이 크기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어깨, 가슴, 배가 얼마큼 나왔는지 청진기를 대봐도 진단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대게 쇼핑몰 직원들은 게시판에 준비해둔 답변을 붙여 넣는 반복 작업을 하게 된다. 


"고객님, 키와 몸무게로는 사이즈를 가늠하기 어려우니 상품 페이지 안에 실측사이즈를 참고해 주세요."

하지만 이런 답변을 받고 나서도 여전히 같은 아이디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걸 보게 되는데 일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물론 혹시나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일 걱정을 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시간과 비용을 가장 절약하는 방법은 직접 자기 사이즈를 재서 알고 있는 것 밖에는 없다. 심지어 한번 그렇게 재면 여러 번도 필요 없게 된다. 


특히 신발은 그 자체의 길이보다 안에 공간의 차이가 있어서 직접 신어보지 않으면 사이즈 선택에 어려운 경우가 많아 질문도 가장 많이 받는 상품인데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신어보고 주문은 온라인에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평소 신던 사이즈에 근처 사이즈를 모두 시켜(예를 들어 270 사이즈라면 265와 275) 셋 중에 가장 발에 맞는 것을 신고 나머지는 2켤레를 반품시키면 고작 반품 배송비 3천 원 정도만 들게 된다. 오프라인 매장까지 가는 시간과 차비, 노동력을 모두 계산하면 이 방법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다. 다른 의류들도 마찬가지다. 하나만 시켜서 반품을 시키고 다시 배송을 받고 하기보다는 결제 후 카드취소나 환불을 받더라도 위와 같이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소비자들도 거기에 걸맞게 변화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신발사이즈는 난이도가 가장 높다. 같은 브랜드끼리도 신발마다 다른 사이즈


키와 몸무게로 자기 사이즈를 물어보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은 각기 다른 생김새의 우리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하는 질문치고 너무 난이도가 높다. 누군가에게 그 일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질문이나 받아주는 쓰레기통처럼 느끼게 하지 않으려면 개인이 스스로에게 좀 더 성의를 가지면 될 일이다. 그런 움직임들은 나비효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아마 더 좋은 답변을 받게 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니 혹시나 지나가다 이 글을 우연히라도 보게 된다면 오늘 다이소에서 줄자를 하나 사서 자기 신체를 좀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측정하길 바란다. 


옷이 떡볶이도 아닌데 2인분 같은 1인분을 줄 순 없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진지함'이라는 '가치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