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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책불혹 Jul 09. 2023

ep5. 커피 한 잔에 만원이라도
비싸지 않은 이유

가내수공업


비싼 아메리카노?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가장 상위에 있는 브랜드가 정한다. 커피프랜차이즈의 저가의 획을 그은 '빽다방'을 기준으로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2천 원 수준에 정해져 있고 그래서 비슷한 타겟팅을 하는 브랜드들도 거기에 맞춰 있다. 그래서 4천 원 선에 대기업 커피 프랜차이즈의 아메리카노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말하지만 이유 없이 저렴한 것은 없고 이유 없이 비싼 가격도 없다.    


그럼 대체 아메리카노의 원가는 얼마일까?


자유시장경제에서 원가를 논하는 자체가 사실은 무의미 하다. '비싸다'는 그 가격을 주고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오라고 하면 가지고 올 수 있는 개인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순한 계산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출처 - 알마씨엘로(생두 구입처)


1kg의 생두를 로스팅하면 수분이 빠진 후라 평균적으로 800g 정도의 원두가 남는다. 아메리카노에 필요한 샷을 추출할 때 20g의 원두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그의 40분의 1의 가격인 300원 정도가 되겠다. 생두 도소매 사이트인 알마씨엘로에서 블렌딩 원두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티오피아 G2의 가격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보면 이렇다. 순수 원가만 그렇고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로스팅에 필요한 가스, 전기 비용. 각종 머신 등의 기기 설치 비용, 정수 시스템 구축 비용, 제빙기, 온열기, 포장고객이라면 일회용 품에 대한 비용 등을 대강만 계산해도 원가는 2천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인프라 비용을 포함한 것에 대해 이의가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 번 설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만치 않은 유지비용이 계속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제외시킬 이유가 없다. 

다행히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는 기업들은 대량으로 생두를 구입하면서 단가에 우위를 점하고 인프라마저도 더 저렴하게 구축하여 원가를 낮출 수 있으므로 효율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니 그나마 고객에게 2천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아메리카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서 일반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카페 같은 경우에는 단가 자체가 더 높더라도 더 적은 마진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3천원 후반에서 4천 원, 최대 6천 원까지 판매하고 있는 매장들도 나름 그에 따른 이유 있는 가격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모든 가격이 오롯이 커피만을 만들기 위해 측정되었다는 건 아니다. 높은 품질에 커피를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매장도 있고 낮은 품질에 커피를 높은 가격에 제공하는 매장도 있다. 중요한 건 '아메리카노'라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상품들이며, '비싸다', '싸다'를 논하는 건 같은 이름의 사람을 앞에 두고 왜 너네는 생김새가 다르냐고 따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커피가 우리의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에 비한다면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커피나무가 인간만큼이나 오래된 식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발자취와 함께 이동해 왔으며 지금의 커피는 1870년, 콩코에서의 첫 재배를 시작으로 현대에 들어서기까지 수많은 학문들의 결집이자 오랜 연구의 결과이다. 

커피는 재배식물이기 때문에 커피가 필요했던 국가와 사람들은 재배인들이 커피의 품질에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커피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재배의 효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며 더불어 재배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도 해왔다. 거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과학을 통해 품질을 높이고 기기의 정확도를 늘리는 등에 노력을 하고 그렇게 생산된 생두를 커퍼, 등급분류사, 블렌더, 로스터들이 더 좋은 음료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 이렇게 커피가 재배되어 우리가 매일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되기까지에는 수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커피업에 종사를 한다고 해도 그것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건 소수에 불과하니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건 당연하지만 말이다. 



값에 매몰되지 말고 가치있는 커피를 마시자


우리나라는 '믹스커피'라는 이름으로 인스턴트 커피가 앞 서 인기를 끌었고 그 뒤를 이어 원두커피로 커피프랜차이즈가 생기면서 후발주자로 '아메리카노'가 알려졌다. 그래서 믹스커피와 비교되어 '비싸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제는 그 두가지가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앞 전에 커피의 산미에 대해 다루면서 좋은 커피를 찾아 마시는 것을 추천한 바가 있다. 오늘은 그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그 안에 녹아있을 수세기에 걸친 사람들의 결실을 함께 맛보았으면 좋겠다.  


값이 아니라 가치가 있는 선택은 커피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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