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헌 Sep 13. 2024

변화의 시작: 왜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했는가?

이번주 대학원 첫 학기 첫 주를 보내고 있다. 나는 왜 직장을 관두고 난 후 첫번째 여정으로 50대에 대학원 공부를 선택했을까?를 되집어 보았다. 심리상담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일을 그만두기 1년전 직장에서 2년동안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업무를 담당했다. 당사자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직원교육과 홍보, 매뉴얼을 만들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이 포함되었다. 이전에는 공무원으로서 일반행정 업무를 담당했었다. 업무를 추진하면서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보이는 감정의 양상이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방법과 대응이 너무도 달랐다. 처음으로 사람의 감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일과 병행하여 심리학 공부모임에 참석했다. 심리학 기본서를 읽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단기과정을 마쳤다. 공부의 첫번째 수혜자는 나였다. 애착관계와 트라우마, 감정의 조절과 치유, 사고와 감정의 이해 등을 공부하며 0세부터 현재까지 나의 감정과 관계의 역사를 반복적으로 훑는 시간을 가졌다. 19살의 나와 현재의 나는 수많은 감정의 산맥타기를 통과하고 사람과 상황에 적응하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대응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과 관점이 진화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주 수요일 '상담기초실습' 과목에 모인 아홉명의 학우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그 자리에 와 있었다. TV 다큐프로그램을 만들며 30년 일한 방송작가, 고등학교 문학교사를 하면서 성격장애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하여 운영중인 선생님,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문제는 결국 주양육자의 문제임을 깨닫고 독일로 건너가 공부를 하고 돌아온 원장님, 고등학교 아이의 자살위험검사 결과 통보로 심각성을 인지한 엄마, 아내의 심리 공부에 자극을 받아 제2의 커리어를 만들고 싶어하는 남편, 미술치료로 학생들의 치유를 돕고 싶은 직장인등 모두 사연이 달랐다. 


그 중 성격장애 아동과 부모가 입학을 거절당하고 어깨를 떨구고 뒤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 일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깨달았다는 선생님의 말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어떤 사람은 없는 길을 만들고 사람을 모으고 이끌어 가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시스템안에 들어가 자신의 강점과 재능을 발휘하면서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상담이란 무엇인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가가 내담자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자신의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의 과정이다." 


우리가 앞으로 2년후 상담가로서 들어서며 삶이 바뀔지 바뀌지 않을 지 아직은 모른다. 자신이 학교를 진학하게 된 배경이나 목적이 다르고 앞으로 이 과정을 어떻게 공부하고 지식과 경험을 쌓고 내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왜 상담가가 되려고 하는 가?를 다시 물었다. 나 역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내가 보지 못한 관점에서 사안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열아홉살 대학진학을 못했을 때 자정 심야프로그램의 MC가 사연을 소개하고 감정을 읽어주는 방송에서 위안을 찾기도 했다. 또 뉴욕에서 알게 된 제임스란 친구가 컨설턴트로 직장생활을하며 퇴근후 자살방지 핫라인의 자원봉사자로 10년이 넘게 일하며 사람을 진심으로 귀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았다. 또 자격증은 없지만 내 주위에도  직장에서 기쁨과 아픔을 공유하며 옆에 있어준 많은 동료 상담가들에게 빚을 졌다. 


이제 입장을 바꾸었을 뿐이다. 그동안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녹이고 새로운 전문지식을 익히고 직간접 경험을 쌓으면서 현장으로 돌아가 손을 내밀고 내담자들이 문제를 직면하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씻어내도록 도와주는 헬퍼, 인격을 갖춘 상담가가 되어야 함을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들보다 조금 먼저 조직을 나와 강의실에 앉아있는 의미는 이미 울림이 컸다. 


2년후 우리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시 세상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할 지 떠올려보았다. 일상 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한 신경증도 치료에 수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적어도 자신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매 순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던저져 투쟁하며 버텨왔고 앞으로 더 나아가려는 내가 만날 놀라운 존재앞에서 고개를 숙일것이다.


인간중심 접근(person-centered approach)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Carl Rogers, 1902-1987)의 말을 다시 상기한다. "People are just as wonderful as sunsets if you let them be. When I look at a sunset, I don’t find myself saying, ‘Soften the orange a bit.’ I don’t try to control a sunset. I watch with awe as it unfolds."

"사람은 석양처럼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석양을 보면서 그 색을 바꾸라고 하지 않듯이, 사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봐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9월 시작, 내 옆에 있는 두려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