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에서는 나의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인턴이 얼마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최근 이 인턴 제도를 악용하는 회사들도 있다. 그런 회사는 인턴으로 조금 일을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그만두는 것이 좋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기본 전제로써 어느 정도 인턴 일을 하는 것이 향후 정식 채용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다. 인턴을 합격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인턴 생활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동안 말해 온 합격이 인턴 합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인턴 생활과 관련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1.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나의 인턴 경험들
우선 시작은 그동안 내가 했던 인턴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 나는 먼저 학교에서 연계해 할 수 있었던 반도체 회사 인턴을 시작으로 인턴이라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 인턴의 경우는 시험 같은 과정이 없이 들어가서 하게 됐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함께 들어온 인턴 친구들이 대개 인턴 후 채용이 전제돼있던 것에 반해 나는 인턴 경험만으로 끝이 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내가 이 인턴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물론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오랫동안 고민했던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는 것이 내게 옳은 길일까?'에 대한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였다. 사실 어쩌면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개가 그렇듯 부모님은 내가 전공을 살려 회사에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삶이 될 것이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경험해보기 위해, 스스로를 테스트하기 위해 들어간 것이 반도체 회사의 인턴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운이 좋았던 것이, 그때 내가 평소 그나마 전공에서 가장 관심이 있던 전자회로와 관련된 R&D 부서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일은 꽤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인만큼 배울 것도 많다고 느껴졌다. 다만, 재미는 재미일 뿐 오랜 기간 이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실 이 인턴 경험은 내게 '포기할 용기를 준 경험'이 됐다. 인턴은 이렇듯 또 다른 선물을 줄 수도 있다.
두 번째로 했던 인턴 경험은 캐나다 밴쿠버의 영사관 일이었다. 영사관은 많이들 알고 있듯 국가 전체를 기반으로 하는 대사관의 업무를, 다시 각 지역으로 나눠 그 지역 현지 교민들을 중심으로 처리하는 곳이다. 캐나다에는 크게 동, 서로 영사관이 나뉘어 있었고, 그중 서쪽에 있던 것이 캐나다 밴쿠버의 영사관이었다.
먼저 캐나다에 갔던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어학연수나 해외 취업 같은 목적에서는 아니었고, 그보다는 그저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경비도 스스로 마련해 가며 평범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떠났다. 그러다 보니 캐나다 현지에서 일을 하려고 마음먹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거기다가 그곳에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흔히 말하는 화이트 칼라의 일 말이다. 대개의 경우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외국에 갈 때, 카페 파트타임과 같이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나는 외국에서 한 번 색다른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기회의 첫 발판으로 생각했던 것이 영사관의 일이었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그런 회사일을 해보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이 장에서는 그래도 그 인턴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이 인턴을 지원할 때, 사실 영사관에서는 인턴 모집 계획이 전혀 없었다. 실제 공고도 전혀 올라온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인턴 모집 계획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 또한 내게는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담당자에게 직접 메일로 나의 뜻을 전하고, 이력서를 함께 제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며칠 후 면접을 보러 와보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때마침 전에 있던 인턴이 한 명 나갔다는 것이었다. 충원 없이 그대로 진행하려던 차에 내가 연락을 해서 면접을 보고 괜찮다면 뽑아서 함께 가자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당시 밴쿠버의 부영사님 및 담당 팀장님과 함께 간단한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인턴에 합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희망하는 부서 및 능력을 바탕으로 업무에 배치되어하고 싶은 할 수 있었다.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간단히 내가 했던 업무를 말하자면, 내가 맡게 된 분야의 캐나다 동향과 이로부터 국내 기업들이 캐나다 진출할 가능성 등에 대해 나름으로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캐나다 국내 기사를 비롯, 각 기업들이 내놓은 전략, 정치권의 전략까지 고려하는 것이었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서, 내가 이 인턴 경험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바로 인턴으로 뽑히기까지의 과정으로부터다. 단지 내게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기회를 직접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것을 배울 수 있었다.
2. 인턴은 하는 동안이 중요하다!
사실 인턴은 뽑히는 과정보다는 실제 인턴으로서 일을 하는 동안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내가 일했던 모 종편사의 방송국 PD 인턴 경험을 들어 설명을 해보겠다. 먼저 인턴 시험 과정은 일반 방송국 공채 시험과 거의 유사한 관계로 나중에 따로 공채 시험을 설명할 때 소개하는 것으로 하고 이 장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방송국 PD 인턴에 합격하고서 약 두 달간의 인턴 기간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방송국 조연출이 초반에 배우게 되는 내용들을 대략적으로 배우고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평가 과정들을 거치게 된다. 그러한 평가 과정에는 함께 일한 팀 선배들의 평가, 중간중간 인사팀에서 실시하는 평가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평가 과정에서 인턴들 사이에서도 유형이 조금씩 나뉘게 된다.
어떤 친구들은 인사팀에서 실시하는 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더 우선시한다. 팀에서 할 일이 어느 정도 남았음에도, 인사팀에서 내준 과제가 있다는 이유로 먼저 퇴근하고 이것을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적어도 이런 자세는 합격을 위한 좋은 길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소속된 팀의 일을 자신보다 우선시하는 곳이 회사이고 사회이기 때문이다. 팀의 일을 우선하다 과제를 끝내 못하더라도 조직에서는 그런 자세의 일원을 차라리 더 좋아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물론 실제로는 팀의 일을 마치고 개인 과제도 모두 했다. 잠을 쪼개서 말이다.) 다행히 나와 함께 인턴을 했던 친구들도 대개 그런 생각을 공유했고, 먼저 팀의 일을 수행하는 데에 동의했다.
다음 유형은 나와 함께 실제로 인턴 생활을 했던 친구들의 유형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이외의 일들에 조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지난번 인턴들은 인턴을 마칠 때 이러이러한 것을 준비해서 보여줬다고 하더라.” 식의 카더라를 들었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하자면 '더 예쁨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사실 그런 것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일 자체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다. 친구들이 중간중간 모여 이것을 해보자, 저것을 해보자라고 할 때 그 시간에 맡은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어쩌면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좋은 태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일을 하면 나에게도 실제 무언가 떨어질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성격상 그렇기도 하고, 일단 우선순위를 잘 세워서 일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현재 최우선 과제는 지금 당장 맡은 일이고, 그 외의 일들은 모두 그다음 순위이니 적어도 지금 맡은 일에 피해가 될 만한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밤샘도 한 번씩 하고, 새벽까지 일하는 것도 많은 방송환경에서 따로 시간을 뺄 여유가 없는 것도 한몫 거들기는 했다. 괜히 다른 일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내가 원래 해야 할 일에 피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인턴이 끝날 때까지 같은 자세를 유지했다. 나머지 친구들은 무언가(선배에게 자신의 기획안을 보여주는 등)를 준비했지만, 나는 그 부분까지 따로 나서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인턴이 끝나고 공개 채용에 약간의 혜택이 있는 우수 인턴으로 뽑히게 된 것은 내가 되었다.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집중할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세우는 기준이 달랐다는 것이다.
내가 이 경험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턴의 경험 동안 예쁨을 받기 위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노력하기보단, 진짜 회사에서 바라는 신입사원의 자세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아마 많은 인턴들이 가장 많이들 실수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튀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을 거란 강박을 벗어버릴 줄 알아야 한다. 여러분이 지금 맡은 바를 열심히 한다는 자체가 충분히 튀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