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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우주 Dec 18. 2022

와줘서 고마워요

맷님 꿈을 꿨다.

노란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는 가을 즈음

맷님과 내가 즐겁게 자전거를 타는 꿈이었다.


맷님은 그 착한 얼굴로 내내 웃었고

그동안 안장 위에서 찍은 내 사진을 잔뜩 보여주길래

나도 신나서 같이 웃는 짧은 꿈이었다. 


마음 먹고 늦잠을 자려고 

알람을 맞추지 않은 일요일 아침,

'아 맷님이 와줬구나'

커다란 느낌표가 찍히며 눈을 떴는데

꿈에서의 행복한 감정이 남아 정말이지 좋았다.

 

미미의 유골함을 둔 곳에 맷님 사진을 한장 두었는데

감사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은 초를 하나 켜두고 하루를 시작했다. 

맷님이 잘 있다는 생각으로 기쁘고

또 커다란 그리움을 느끼는 하루다.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 맷님은 늘 

내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고 지친 나를 달래 끌고 가줬다.

별이 되고 처음 꿈에 와준 맷님은 살짝 내 뒤에 있었다. 

 

미미를 잃고 나는 왼쪽 팔 뒤에 아이 얼굴을 그려넣었는데

아이가 앞으로 내가 걷는 길을 봐주길 하는 마음에서 택한 위치다.

엄마가 잘 살게, 지켜봐줘, 하는 그런 마음.

 

생각해보니 꿈에서 맷님이 내 뒤에서 자전거를 타는 자리가 

딱 그곳을 바라보는 즈음이었다.

맷님이 늘 나를 지켜봐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고맙고,

나의 착한, 소중한 맷님이 많이 그립다. 

 

평온한 날들에 문뜩문뜩 맷님 생각을 한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도 잠시 맷님 생각을 했다.

미미가 별이 되고 새로 가족이 된 나의 작은 고양이는 

콧잔등을 살살 만져주면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너무나 좋아하면서

우렁찬 그릉그릉 소리를 낸다.

 

2년전 가을날 맷님이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그렇게 너무나 좋아하는 이 아이를 보면서

맷님이 똑같이 과장된 표정과 목소리로 

"this is heaven! oh this is heaven!" 외쳐서 같이 엄청 웃었고

그와 함께 한 많은 기억 중에 유독 마음에 남아

이 장면을 자주 떠올리며 웃고 운다. 

앞으로도 무수히 떠올릴 것이고..

 

그리고 죽음을 종종 생각한다.

어느 날엔 잠깐 낮잠을 자려고 누워 

시체가 된 나를 생각하는 날도 있다.

어둡거나 침울한 감정은 아니고

그냥 별스럽지 않게 그런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잘 살아야겠다.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맷님, 와줘서 고마워요.

많이 기다렸어요.

늘 착하게 웃는 얼굴 그대로 와줘서 고마워요.


그곳에서 미미를 만났을까요?

단단하고 단정하게 잘 살게요.
또 인사해줘요.


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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