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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May 31. 2024

출산을 앞둔 미국 딸네 집에 왔어요

(1) 미국 사는 딸의 출산 이야기

인천공항에서 10시간 정도 날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 남서쪽에 위치한 마운틴뷰에 사는 딸이 둘째 출산을 1주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딸은 출산휴가 중이라며 공항에 마중 나오겠다고 했다. 편도 30분, 왕복 1시간 정도는 충분히 운전할 수 있다고 했다. 출산예정일 1주 전이면 아기가 언제라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남편과 나는 극구 사양하고 우버를 타고 딸네 집으로 향했다.


배가 남산만 하게 불은 딸은 아빠, 엄마에게 비빔밥을 해주겠다며 가스레인지 앞에서 채 썰어 놓은 양파, 당근, 버섯 등을 하나씩 부지런히 볶고 있다. 딸이 안쓰러워 도와주겠다고 하니 거의 다 됐다며 2층에서 세 살 배기 손녀를 봐달라 했다.


딸은 공부,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만큼 꼬마 손녀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다. 손녀의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 경청하고 공감한다. 인내심 많은 따뜻엄마다. 옷에 맞춰 손녀 머리에 꽂아주기 쉽게 헤어핀을 색깔별로 투명 칸칸 박스에 분류해 놓았다. 손녀 옷, 양말, 속옷 등도 이름표까지 붙여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늘 바빴던 딸이 자기 옷을 저렇게 정리한 적이 있었던가?


남편과 나는 20여 일의 일정으로 딸네 집에 왔다. 출산예정일 1주 전에 왔으니 출산 후 2남짓 딸을 도와줄 수 있다. 우리가 할 일 중 가장 큰 일은 세 살 된 손녀를 돌보는 일이다. 출산 때문에 딸 부부가 2박 3일 병원에 을 동안 엄마,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손녀를 보살펴주는 게 우리가 맡은 제일 큰 임무다.


딸 네 집에는 코로나 이후 매년 한 번씩 왔고 손녀랑 동영상 채팅도 자주 하고 있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다행히 할아버지, 할머니를 낯설어하지 않는다. 둘째 아기를 낳게 되면 한동안 한국에 기 어렵다올해 2월 딸과 사위, 손녀 세 식구가 한국 우리 집에 방문했었다. 그때 한집에 지내면서 손녀랑 더 가까워졌다.

 

손녀를 개월 만에 보는 셈인데 그 잠깐 사이에도 훌쩍 컸다. 지난해 우리가 미국에 왔을 때는 손녀를 유모차에 태워 아침에 프리스쿨에 데려가고 저녁에 집으로 데려오곤 했는데, 올해는 한 손은 할아버지 손, 또 한 손은 할머니 내 손을 잡고 걸어간다. 걷기 싫으면 유모차를 태워달라고도 한다. 집에서 프리스쿨까지 걸어서 10분도 채 안 걸리는 곳에 있어 손녀랑 걸어갈만하다.


프리스쿨에서 돌아온  손녀에게 저녁 먹이고, 목욕시키고, 책 읽어준 후 불을 끈 다음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우는 일을 우리가 대신하면 출산 후 딸 내외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가 동생에게 엄마, 아빠를 뺏기고 손녀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순순히 오려고 할까?

 

출산 후 해야 할 일은 손녀는 돌보는 일 외에 식사 준비가 있다. 출산 전에는 딸과 사위가 식사를 준비하고 출산 후에는 내가 맡기로 했다. 딸은 내가 무슨 요리를 할 건지, 재료는 뭐가 필요한지를 물었다. 요리할 음식을 어렴풋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목록을 만들고 나니 내가 무슨 음식을 만들지가 훨씬 더 선명해지고 구체화되었다.


딸아이는 음식 재료들을 집에서 가까운 코스트코와 교포마트, 좀 떨어진 산호세에 있는 H마트 곳에서 사자고 했다. 교포마트는 딸네 집 올 때마다 가보았지만, H마트는 가본 적이 없어 한번 방문하고 싶었다. 온라인으로 나한테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인들이 한국 음식이 먹고 싶으면 H마트에 간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니 H마트는 한아름 기업이 운영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점이다. H마트에는 한국 음식이 가장 많지만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다양한 아시아 음식도 제공한다.


집에서 가까운 교포마트에도 한국 음식 재료가 없는 게 없이 다 있다. 20여분 운전해서 H마트는 더 넓고 물건이 더 많았다.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켰다는 유명한 냉동 김밥도 종류별로 있다. 한국에서 음식 재료를 가져올 필요가 전혀 없다는 딸의 말이 실감 났다. 딸아이가 출산하면 H마트에 또 오지 못 할 것 같아 이것저것 카트에 욕심껏 넣었다. 손녀가 좋아한다는 주꾸미가 싱싱해 보여 많이 샀다. 손녀는 아빠 손을 이끌고 아이스크림 코너에 가서 붕어아이스크림도 샀다. 오늘 손녀는 신나는 날이다. 동생이 태어난 후에도 손녀가 계속 신났으면 좋겠다.


앞으로 한동안 먹을 음식 재료도 다 준비했으니 이제 둘째만 잘 태어나면 된다.


(20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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