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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Jun 11. 2024

딸이 두 번째 손녀를 낳았어요

(3) 미국 사는 딸의 출산 이야기

마운틴뷰 집에서 20여분 떨어진 인근 대학병원에서 딸이  번째 손녀를 낳았다.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목요일 오후 2시, 한국 시간으로는 금요일 오전 6시다.


방금 태어난 아가랑 활짝 웃으며 보낸 카톡 사진에서 딸은 활기차고 쌩쌩해 보였는데, 영상통화에서 만난 딸은 기진맥진하고 피곤해 보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딸이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울면 사위가 다독여주며 같이 소리 지르고 고 심호흡도 같이 해줘서 의지가 많이 되었다고 했다. 


모자 쓴 사진 속 조그만 아기가 신기하다. 귀엽고 예쁘다. 아기를 낳은 딸도 장하고 태어난 아기도 장하다. 옆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같이 한 사위도 고맙다. 아직 누굴 닮았는지 잘 모르겠다. 큰 코는 사위닮은 것도 같고 속쌍꺼풀이 살짝 진 눈은 딸을 닮은 것도 같다. 딸아이도 어려서는 속쌍꺼풀만 있었는데 커가면서 쌍꺼풀이 진하게 자리 잡았다. 


한국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좀 기다렸다가 가족 단톡방에 출산 소식을 올렸다. 아들, 며느리는 바로 축하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한국에서 보내왔다.




출산 다음 날, 새로 태어난 갓난아이와 함께 딸과 사위가 집으로 돌아왔다.  부부가 병원에 있을 동안 할머, 할아버지와 두 밤을 지낸 첫째 손녀가 신바람이 났다.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다. 엄마, 아빠를 서 신이 난 건지 아니면 처음 본 아기 동생을 보고 신이 난 건지 입이 귀에 걸렸다.


동생이 주는 선물이라며 사위가 큰 인형을 첫째 손녀 품에 안겼다. 첫째 손녀는 아기 동생이 태어나면 기저귀는 자기가  갈아주겠다고 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간호사가 갓 태어난 동생에게 관심이 쏠리게 되면 첫째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며, 기저귀 갈 수 있는 인형을 동생 선물이라며 첫째에게 주라고 했다.


근데 갓 태어난 아기 동생이 인형을 선물로 줬다고 말하면 눈치 빠른 첫째가 정말 믿을까?


역시 간호사는 베테랑이다. 첫째 손녀는 인형을 나한테 들고 와 동생이 준 선물이라며 자랑한다. 전혀 의심하는 기색이 없다. 어설프지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인형 기저귀를 열심히 채워준다. 세 살배기 손녀가 아직 애기는 애기구나. 갓난아기 동생이 자기한테 인형을 선물했다는 걸 믿다니. 첫째 손녀를 안아주었다. 인형으로 연습한 다음 동생 기저귀도 갈아주라고 했다.


지금까지 첫째 손녀는 아빠, 엄마는 물론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제는 둘째와 사랑을 나눠가져야 한다. 세 살배기 첫째도 아직 아기인데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둘째가 태어난 지금도 예전과 똑같이 모두 첫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하나의 양초에서 다른 양초로 불을 나눠 붙여원래 불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어디선가 읽은 육아 글의 비유가 딱 들어맞는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동생과 나누어도 첫째에 대한 사랑은 줄않는다. 그대로다. 첫째 손녀 눈높이에서 동생의 존재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이 따뜻하게 배려해 할 것 같다. 첫째야 사랑한다. 둘째에게 사랑을 나눠줘도 너에 대한 사랑은 줄지 않고 예전 그대로란다.



사진 출처: 글그램 & Illust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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